
“멀리서 오셨습니다.”
수도 서울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여하게 되면 자주 듣는 말이다. 내가 거주하는 춘천에서 서울까지 1시간 남짓인데 우주선이라도 타고 와야 하는 사람 취급을 한다. “예, 오는데 1시간도 넘게 걸렸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웃지만, 아직도 우리 강원특별자치도가 산골짜기 깡촌의 인식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시도별 면적을 비교하면 우리 도는 경북에 이에 두 번째로 넓다. 그런데 강원도 총면적의 81.7%가 산지다. 그래서 우리가 ‘비탈’이라는 별칭을 갖게 되었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이도 꽤 괜찮은 조건이 아닌가 한다. 자연 친화적인 휴양시설이나 치유 시설이 매우 큰 쟁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그 비탈을 이용하는 속도는 다른 곳보다 느린 걸까?
실제로, 현대인에게 급증하는 질환 중 하나가 망막혈관폐쇄증이라고 한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환자가 고위험군이란다. 발병의 원인으로 과도한 스트레스나 환경오염을 주범으로 꼽았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생긴다고 하던 병이 요즈음엔 젊은이에게 많아졌단다. 50-60대 발생하던 당뇨가 요즈음엔 20-30대가 50%라 하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 불편한 통계를 해소할 방법은 뭘까?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TV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필요한 식량을 자연에서 얻고 자연에 묻혀 살아가는 사람들. 전기도 없고 살림도 옹색하지만, 가파른 언덕에서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얼굴에 가득한 웃음이 좋다. 그들이 산을 찾은 이유는, 삶의 여유를 찾거나, 건강 회복 등등 각자 다르다. 하지만, 후퇴하듯 과거로 돌아간 삶에서 그들 대부분이 신체적 혹은 정신적인 건강을 얻었다고 한다.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이기에 당연한 결과일 게다.
주제가 자연이 아니더라도, 요즘 인기몰이하는 프로그램은 고도의 능력을 보여주거나 특별한 재주를 가르치지 않는다. 비슷한 또래가 모여 우스갯소리를 하거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그들에게 주어진 일상을 소개한다. 인간극장처럼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의 삶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 프로그램의 공통점 또한 자연스러움에 있지 않나 싶다.
인간 수명이 10년 동안 2년씩 늘었다고 한다. 노화는 더이상 신이 결정하는 과정이 아니라 선택이라고도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연에서 쉼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강원도가 풍부한 산림자원으로 기후, 경관, 지형을 이용한 운동 효과까지, 모든 자연치유 자원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행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강원도에 조성된 치유의 숲 시설 수가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적다. 산림치유의 최적지라고 자랑하는 강원도가 충청, 전라, 경상권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제부터라도 강원도가 그 선택을 주도했으면 한다. 많은 이들이 인간 본연의 패턴을 강원의 자연에서 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 최고의 숲 강원이 되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