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출연으로 이름을 알린 ‘강원의 왕진의사’ 양창모 호호방문진료센터장이 독자들과 만나 의료와 돌봄, 지역공동체의 의미를 나눴다.
지난 9일 춘천 책방 ‘바라타리아’에서 열린 북토크 행사에는 지역 주민 20여 명이 참석했다. 양 센터장의 에세이 『아픔이 마중하는 세계에서』를 바탕으로, 그가 현장에서 겪은 다양한 진료 경험과 삶의 이야기가 공유됐다. 양 센터장은 2022년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출연 이후 달라진 일상을 회상했다. “예전엔 방문진료를 나가면 먼저 면사무소에 인사드리는 게 일이었는데, 방송 후에는 면장님이 먼저 나와 계시더라”며 “TV 영향력을 몰랐는데, 주변 반응에 깜짝 놀랐다”고 웃으며 말했다. 현장에서는 책에 담기지 않은 이야기도 공개됐다. 양 센터장은 직접 ‘태장동 할머니’와의 진료 일화를 낭독하며, “책에는 쓰지 않은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그는 의료 현장에서 마주한 삶의 온기, 관계의 소중함, 인간적인 그리움을 담담하게 풀어내 청중의 깊은 공감을 자아냈다.

그는 특히 돌봄의 가치를 사회가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밝혔다.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돌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가족이 가족을 돌보면 요양보호사 급여의 3분의 1 수준으로 평가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누군가 아플 때 가족이 떠오르지 않는 시대가 됐다”며 “사랑하는 사람이 돌볼 수 있도록 허락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춘천의 의료 현실에 대한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한 참석자가 지역 의료 인프라 부족을 호소하자, 양 센터장은 공공의료 시스템의 부재를 지적하며 “한국 사회엔 실질적인 공공의료가 거의 없다. 사회가 함께 빚을 져서라도 의사 양성 단계부터 공공 영역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대안으로 그는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모델을 제시했다. “시민이 조합원이 되어 의사를 직접 고용하는 방식이 가장 직관적이고 실현 가능하다”며 “의료는 병원의 것이 아니라 시민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실적 전망도 더했다. “정부 정책은 선거 때마다 바뀔 수 있지만, 협동조합은 한번 만들어지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며 “의료의 질을 개선하려면 시민들이 먼저 조례를 만들고 행동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