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보=2023년 7월 수해 실종자 수색 도중 순직한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방해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검팀이 11일 수사외압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지난 2일 수사 개시 선언 이후 9일만에 강제수사에 들어간 것이다.
동시에 윤석열 정부 국가안보실장을 지낸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과 안보실 2차장을 지낸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 등 당시 수사외압 의혹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인사들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에 나서며 'VIP 격노설' 실체 규명을 위한 고강도 수사를 본격화했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9시께부터 윤 전 대통령의 사저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 대해 압수수색영장 집행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정민영 특검보는 "압수수색영장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피의자 혐의"라며 "채상병 기록과 관련해 이첩을 보류하고 회수하도록 하고, 그 이후 수사 결과를 변경하는 그 과정 전체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피의자로 고발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내란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으로 전날 새벽 구속돼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용돼 있다.

정 특검보는 "압수수색 과정에 변호인이 참여하면 당사자 없이도 압수수색이 가능하다"며 "현재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과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VIP 격노설은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 31일 오전 11시 대통령실 회의에서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며 '격노'했고, 경찰 이첩을 보류시키고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바꾸게 했다는 의혹이다.
공개된 통화기록을 보면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은 당일 오전 11시 54분께 대통령실 명의인 '02-800-7070'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에게 경찰 이첩 보류 및 국회·언론 브리핑 취소를 지시했다.
당시 회의 참석자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조태용 당시 국가안보실장과 김태효 전 안보실 2차장, 임기훈 당시 대통령실 국방비서관 등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장은 지난해 7월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 당시 회의에서 채 상병 사건 관련 보고가 없었고 "윤 대통령이 안보실 회의에서 격노한 적은 없다"며 격노설을 부인한 바 있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부터 조태용 전 실장, 임종득 의원 자택 등 10여곳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역 국회의원 신분인 임 의원의 여의도 국회의원 사무실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고, 채상병 사건 이첩 보류 등에 관여한 국방부 법무관리실 실무자의 사무실도 압수수색이 진행 중이다.
전날 특검팀은 국방부와 국가안보실을 비롯해 이종섭 전 장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 등의 자택을 압수수색 한 바 있다.
특검팀은 이날 오후에는 'VIP 격노설' 회의에 윤 전 대통령과 함께 김태효 전 차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정 특검보는 "이날 회의에서 채 상병 사망사건에 대한 최초 보고됐고, 그 내용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고 알려졌다"며 "당시 회의에서 보고받고 지시한 내용, 개입이 이뤄진 경위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채 상병은 지난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 내성천에서 구명조끼 착용없이 수해 실종자 수색 임무를 수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 14시간 만인 오후 11시8분께 고평교 하류 400m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