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사이 충청 서해안 일대와 경기, 강원도 등 전국에 많은 비가 내린 가운데 사망 사고 등 폭우로 인한 피해가 잇달았다.
17일 충남 전역에 호우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시간당 107.1㎜의 물폭탄이 쏟아진 서산의 한 침수 차량에서 50대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충남도와 충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59분께 서산시 석남동 한 도로에서 차량이 물에 잠겼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은 오전 5시 14분께 한 침수 차량에서 탑승자 3명을 구조했으며, 이어 오전 6시 15분께 인근에 정차돼 있던 다른 침수 차량에서 심정지 상태의 50대 남성을 발견해 서산의료원으로 긴급 이송했으나 이 남성은 끝내 숨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충남 서해안 일대에는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곳곳이 침수됐다.
당진 당진천이 범람하고 이 지역 역천과 예산 삽교천 수위가 경보 단계를 넘어서는 등 곳곳에서 범람 위기가 커지고 있다.

전날 오후 6시부터 이날 오전 5시까지 서산에 344㎜의 강수량이 기록됐고 서천 춘장대 266㎜, 태안 238㎜의 폭우가 쏟아지는 등 밤 사이에 200∼300㎜가 넘는 많은 비가 내렸다.
당진지역 당진천이 현재 범람 중이며, 초대천도 홍수 심각 단계에 접어들어 범람이 우려되고 있다.
당진시는 하천 범람으로 피해가 우려되는 봉평리, 모평리, 대운산리 등 지하층·저지대 거주 주민들에게 인근 마을회관으로 대피해달라는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현재 금강지류인 예산 삽교천 구만교와 서계양교, 당진 역천 차운교 부근에는 홍수 경보가 내려졌고 논산, 보령, 부여 지천교, 공주 국재교 부근에는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다.


이에 앞서 16일 오후 7시 4분께 경기 오산시 가장동 가장교차로 수원 방면 고가도로의 10m 높이 옹벽이 무너지며 고가도로 아래 도로를 지나가던 승용차를 덮쳤다. 이 사고로 차량 운전자인 40대 남성이 사고 3시간 만인 오후 10시께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피해 차량은 무게 180t, 길이 40m, 높이 10m가량 콘크리트 구조물에 눌려 있다가 굴착기 등을 동원한 작업 끝에 수습이 됐다.
오산시 등 관계 당국은 사고 현장에서 매몰된 차량 1대 및 숨진 운전자 1명을 수습하고, 복구 작업에 돌입했으나 추가 붕괴 우려로 인해 이날 새벽께 작업을 잠정 중단했다. 이번 사고 직전인 오후 5시 44분~6시 44분께 오산시의 시간당 강우량은 41㎜를 기록했다.
전날 0시부터 이날 오전 5시까지의 누적 강수량은 평택 157㎜, 안산 135.5㎜, 화성 114.5㎜, 군포와 안성 109.5㎜ 등 도내 평균 80.2㎜이다.
현재 평택, 화성, 안성 등 경기 남부 3개 시에 호우경보가, 이외 28개 시군에는 호우주의보가 각각 발효된 상태이다.
산사태 경보가 발령된 경기 안성시 전역과 평택시 13개 읍면동에는 사전대피 권고가 내려졌다.
도는 16일 오후 1시를 기해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2단계를 가동했다.
비상 2단계에서는 상황관리, 소관 시설별 피해 응급복구, 긴급생활안정 지원 등 12개 반 29명이 시군 재난안전대책본부와 협업해 상황관리를 하는 등 호우에 대비한다. 도는 취약지역에 대한 안전점검을 하고,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는 등 비 피해에 대비한 조치를 하고 있다.


폭우의 영향으로 기찻길도 일부 막혔다.
코레일은 경부선 서울역∼대전역 구간, 장항선 천안역∼익산역 구간, 서해선 홍성역∼서화성역 구간 일반열차 운행을 일시 중지한다고 밝혔다.
집중호우로 충남 서북부 지역 학교들도 침수 피해를 입으면서 유치원과 초·중·고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충남도교육청은 17일 당진, 서산, 아산, 예산, 홍성 등 5개 시군 모든 학교에 대해 일괄 휴교 조처를 내렸다고 밝혔다.
당진정보고는 빗물이 허리 높이까지 차오르며 학교 진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탑동초등학교 역시 운동장이 성인 발목 높이까지 침수돼 정상적인 등교가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정미초와 용연유치원도 진입로 일부가 물에 잠겨 출입이 제한되고 있다.
청주시는 폭우에 따른 하천 범람 우려에 따라 오송읍 호계리 30가구, 상봉리 10가구 주민들에 대해 대피 명령을 내렸다.
청주시 관계자는 "일대 주민들은 피해가 없도록 고지대나 안전한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7시 50분 청주 흥덕구 옥산면 병천천 환희교 지점에 홍수경보가, 오전 8시엔 오송읍 미호강 미호강교 지점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다.
홍수주의보는 계획홍수위의 60%, 홍수경보는 계획홍수위의 80%일 때 발령된다.
전날 0시부터 이날 오전 8시까지 청주 흥덕구엔 231㎜의 호우가 내렸다. 기상청은 다음 날 오후까지 충북에 50∼15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강원 원주와 홍천에도 100mm가 넘는 많은 비가 내려 곳곳에서 도로가 침수되거나 나무가 쓰러지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지난 16일부터 이날 오전 7시까지 내린 비의 양은 원주 부론과 홍천 아홉싸리재에 각각 105mm, 인제 기린 97.5mm, 춘천 덕만이고개 93mm, 횡성 강림 85mm, 인제 신남 77.5mm, 평창 74mm 등이다.
동해안 시·군에도 많은 비가 내려 양양 65mm, 속초 대포 36.5mm, 속초 21.4mm, 고성 토성 19.5mm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많은 비에 지난 16일 오후 9시 23분께 춘천 신동면에 낙석이 발생해 1시간여만에 복구가 이뤄졌다.
원주와 홍천, 인제 등지에서는 나무가 쓰러졌고, 속초 조양동 일대 도로는 침수돼 배수 작업을 벌였다.
춘천 서면에서는 오전 4시 15분께 정전이 발생해 1시간여만에 복구되기도 했다.
현재까지 강원도소방본부에 집계된 피해는 낙석 1건, 토사유출 1건, 나무 쓰러짐 5건, 배수 1건이다.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이날 추가로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돼 피해가 우려된다.
강원특별자치도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16일 오후 6시부터 비상 1단계에 들어갔다.
현재 설악산과 치악산 등 국립공원 내 28곳의 출입로가 통제된 데 이어 폭우가 내리는 각 시·군은 재난 문자를 송출하고 있다.
횡성군은 강림면 지역에 산사태 주의보를 발령하고, 야외 활동 자제와 입산 통제를 당부했다.
기상청은 이날 내륙·산지 50∼100㎜, 동해안 5∼4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또 이날 오전 6시 53분께 서울 서대문구 증산교 하부도로가 강우로 인해 통제됐다.
서울교통정보센터 토피스(TOPIS)는 증산교∼중암교 양방향 증산교 하부도로가 강우로 통제됐다며 우회하라고 안내했다.
이날 오전 6시 43분께는 성북구에 침수예보가 발령되면서 동행파트너가 출동했다. 동행파트너는 반지하주택 등 침수·재해 취약가구의 대피와 탈출을 돕는 역할을 한다.
아울러 서울 전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전날 오후 5시부터 청계천, 안양천 등 서울 시내 하천 29곳이 통제되고 있다.
강우 상황과 관련해 서울시는 '주의' 단계인 1단계를 발령하고, 시 공무원 355명과 25개 자치구 3천110명이 폭우에 대비한 상황근무를 하고 있다.
밤사이 배수 지원 23건, 가로수·담장 등 시설 안전조치 13건 등 36건의 소방활동을 펼쳤으며, 호우로 인한 피해 상황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빗물펌프장 36곳을 부분 가동하고, 기상·하천 등 모니터링과 상황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집중 강우에 대비해 서울대공원 등 호수·연못 12개소에 빗물 담기를 위해 64만1천234t을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의 '빗물그릇'을 확보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