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동해선의 ‘희망가’

철도는 단순한 길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을 잇고, 기억을 통과하며, 사람의 마음까지 이어 붙이는 다리다. 누군가는 그것을 교통수단이라 말하겠지만, 누군가는 문명이라 부른다. 올 1월1일 개통된 강릉~부산 동해선이 단 6개월 만에 이용객 100만명을 목전에 두었다는 것은 단순한 수치 너머의 함의가 있다. 그것은 지도 위의 선이 아니라 삶의 경로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국토의 한쪽 끝자락에서 뚫린 철도가 지금은 해안선을 따라 사람과 도시, 그리고 기회를 실어 나르고 있다. ▼예로부터 동해안의 절경은 천하제일로 꼽혔다. 강릉 경포, 삼척 죽서루, 울진 불영사 같은 이름들은 조선의 선비들도 붓끝에 담고 싶어 했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에 접근하기 위한 길은 언제나 더뎠고 멀었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강릉에서 울산으로 이어지는 대륙 축에 비해 동해안은 늘 ‘변두리’였다. 땅끝마을 해남보다 오히려 접근이 까다롭다는 자조가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던 동해안에 철도라는 맥이 뚫렸다. ITX-마음이라는 이름부터가 상징적이다. 관광지였던 동해안이 이제는 생활지로, 이동의 종점이 아닌 일상의 출발점으로 거듭나고 있다. ▼고속도로 없는 지역에 철도를 놓았다는 국토교통부의 설명은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단어가 철로 위에 처음 제대로 실렸다는 고백에 가깝다. ‘균형’은 구호가 아니라 동력이라는 것을, 그리고 열차는 그 동력을 실어 나르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것을 이번 동해선은 입증해냈다. 하루 여덟 번 달리는 열차, 136%의 이용률은 단순한 편리함을 넘어 ‘필요한 길’이 얼마나 늦게 도착했는지를 보여준다. ▼올 연말엔 시속 260㎞의 KTX-이음이 투입된다고 한다. 말 그대로 ‘이음’이다. 무정차로 빠르게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중간을 잇고 멈추고 연결하는 열차. 길은 뚫리면 당연한 것 같지만, 그 뒤엔 외면되고 소외된 지역의 끈질긴 기다림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던 간극이 이제야 선로 위에 드러났고, 그 간극을 메우는 일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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