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道 산하 공기업, 고졸 우선 채용을 외면하고 있나

강원특별자치도 산하 지방공기업의 고졸 채용 실적이 전국 상위권을 기록했음에도 정작 다수의 산하기관에서는 여전히 고졸 인재 채용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교육의봄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도 산하 13개 지방공기업은 지난해 총 418명을 채용하면서 고졸 인재 45명을 포함, 10.8%의 고졸 채용률을 달성했다. 이는 서울(14.1%)과 전북(12.9%)에 이어 전국 3위로 큰 성과이지만,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고졸 채용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따른다.

고졸 채용률이 높게 나타난 배경에는 삼척의료원(41.5%), 강릉의료원(32.2%), 한국여성수련원(20.0%) 등 일부 기관의 적극적인 고졸 채용이 기여했다. 그러나 나머지 기관들의 고용 현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무려 9개 기관이 지난해 고졸 인재를 단 한 명도 뽑지 않았다. 이처럼 기관 간 편차가 심한 현실은 고졸 채용이 일부 기관의 ‘선의’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도는 고졸자 고용촉진 조례를 제정해 산하 공공기관에 고졸자 우선 채용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권고 수준의 조례가 갖는 효력은 제한적이다. 기업 운영의 자율성을 이유로 강제하지 않는다면, 고졸 채용은 여전히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이는 지역 직업계고에서 매년 배출되는 뛰어난 인재들이 지역 내에서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고졸 채용이 단지 ‘사회적 배려’의 차원을 넘어, 지역인재의 활용과 지역경제 순환의 핵심 전략임을 감안할 때 개선이 시급하다. 도내 직업계고는 최근 학과 개편과 산학협력 확대 등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론뿐 아니라 실무 능력도 갖추고, 일부는 자격증 취득과 해외 인턴십 등으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이 지역 공공기관에 진출하지 못하는 현실은 제도적 허점을 시사한다. 고졸 채용을 단지 의무 수치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기관별 채용계획 수립 단계부터 고졸 인력 수요를 명확히 반영하도록 유도하고, 고졸 채용 실적을 기관 경영평가에 적극 반영하는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학벌 중심 사회’ 탈피를 외치며 실무 중심의 인재 양성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공공부문이 이를 외면한다면 민간의 인식 전환 역시 요원하다. 공공기관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변화가 가능하다. 도는 비교적 우수한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고졸 채용을 늘리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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