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 시민안전보험의 지급률이 일부 시·군에서 3%대에 머물러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폭염, 집중호우, 각종 사회재난 등 재해의 빈도와 강도가 커지는 상황에서,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세금으로 가입하는 시민안전보험이 이처럼 저조한 활용률을 보인다는 것은 제도 설계와 운영에 중대한 결함이 있음을 나타낸다. 2024년 기준 춘천시의 지급률은 4.48%에 불과했고, 정선군과 태백시는 3%대 초반으로 더 낮았다. 도 18개 시·군 전체로 보면 연간 지급건수는 363건, 인구 대비 0.02%에 지나지 않는다. 보험의 존재 목적이 사고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라면 이 수치는 매우 심각하다. 그 원인은 까다로운 청구 절차와 미흡한 홍보, 그리고 지역별로 천차만별인 보장 항목 때문이다.
현재 시민안전보험은 별도 가입 절차 없이 자동 적용되지만, 정작 사고 발생 후에는 피해자가 직접 서류를 준비해 청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보장 대상 여부조차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예컨대 열사병으로 진단받은 농촌 고령 주민이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해당 시·군의 보장 항목에 온열질환이 포함돼 있지 않아 거절당한 사례가 있다. 이는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지원 여부가 달라지는 불합리한 구조다. 특히 온열질환을 보장하는 지자체는 18곳 중 6곳, 감염병 후유장해를 보장하는 곳은 4곳에 그친다. 이 같은 불균형은 제도의 형평성과 신뢰성을 크게 훼손한다. 기본 보장 항목을 강원특별자치도 차원에서 표준화하고, 추가 특약을 시·군이 선택하는 방식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보장 범위의 최소 기준을 정해 모든 주민이 동일한 기본 혜택을 받도록 해야 한다. 또한 청구 절차 간소화가 시급하다. 현재는 사고 증빙, 진단서, 영수증 등 복잡한 서류를 피해자가 직접 준비해야 하는데, 이를 지자체와 병원·경찰이 연계해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홍보 강화가 절실하다. 많은 주민이 보험의 존재 자체나 보장 항목을 모르고 있다. 연 1회라도 안내문을 발송하고, 지자체 홈페이지와 마을 방송, 보건소·주민센터를 통한 지속적인 홍보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재해 취약계층과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직접 설명회나 상담 창구를 운영하면 이용률을 향상시킬 수 있다. 시민안전보험은 재난·재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주민의 생활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다. 하지만 현재처럼 절차가 복잡하고 보장 범위가 들쭉날쭉하며 홍보조차 부족하다면 그 취지가 무색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