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2025만해축전 전국고교생백일장]시 문교부장관상 : 암순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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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예은 고양예고 3학년

자작나무의 흰 손목 붙들고 오래 걷고 싶은 날이 있었다

가느다란 손목이 나 때문에 부러지면 어떡할까 싶다가도

가느다란 손목까지 나한테 맡겨 달라하고 싶은 날이 있었다

그런 날에서부터 시작되는 내 얼룩의 생

자작나무는 새까만 얼룩 같은 눈으로 나를 들여다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럼 나는 모든 생각을 들킨 기분이라

내 몸 어딘가에 있을 얼룩을 가리려했다

자작나무는 그런 나를 보며 부르르 웃어대고

나는 그런 자작나무가 참 좋아서

비슷한 웃음을 흉내냈다

그러는 사이 얼룩은 내 몸에서 점점 커져가고

이게 어린이 되는 걸까 물으면

자작나무 웃음소리만 뚜렷해질 뿐이었다

나는 그것이 싫지 않았다 다만
얼룩이 눈을 덮는다면 나는 어떻게 세상을 봐야 해…

자작나무는 자신의 손목을 나의 눈 앞에 내밀어 보였다

자작나무의 가느다란 손목을 붙잡고 걷다 보면

그게 정말 간지럽고 좋아서

나도 모르는 새에 얼룩이 내 눈을 덮어도

일단 부르르 웃어 보았다

나는 열아홉을 넘고 있었고 그것은 신기한 일이었다

얼룩은 생에 발을 딛고 나는 그것이 밉지 않았다

자작나무들이 거리로 나와 수많은 나를 데려갔다

시퍼런 하늘이 스물 세는 법을 까먹고

나는 자작나무와 스무 번째 걸음을 함께 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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