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월요칼럼]318만 외국인 관광객, 그러나 강원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배준호 한라대 교수

올해 상반기 강원특별자치도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무려 318만명에 이르렀다. 이는 전년 대비 약 20% 증가한 수치로 한국 관광의 신흥 성장 거점으로서 강원의 잠재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성과이자 국제 관광시장의 본격적인 회복과 함께 인바운드 관광 수요가 활성화된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동남아,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시장 모두에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강원의 산악 리조트, 청정 해변, 사계절 축제와 특화 콘텐츠가 외국인 소비를 견인하며 음식·레저 분야 지출이 각각 16%, 15% 증가한 것도 눈길을 끈다. '2025~2026 강원 방문의 해'를 선포하고 국내외 관광객 2억명 유치라는 도전적 목표를 내건 강원특별자치도의 관광정책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숫자의 성장'이 곧 '질적 도약'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외지인 관광객의 재방문율은 2024년 2.77회에서 올해 2.75회로 소폭 감소세를 보였으며 비수기 급감 현상 역시 뚜렷하다. 단순히 방문객 수의 증가에 안주한다면 강원의 관광은 다시 정체 국면에 접어들 위험이 크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지역사업을 넘어 대한민국 관광산업 전체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분기점에 놓였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선언적 구호가 아니라 실행으로 입증되는 전략적 전환이다.

첫째, 접근성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 현재 양양국제공항의 국제선 확대 외에도 원주공항의 국제공항 승격은 강원 관광의 지속적 성장에 핵심적 과제라 할 수 있다. 원주공항은 여객청사 이전·신축이 진행 중이며 국제선 취항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 이는 동해안과 내륙권을 아우르는 교통 허브로 기능할 수 있고 지역 경제 활성화, 산업 연계, 일자리 창출 등 다방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외국어 안내 인력, 관광 셔틀, 간소한 결제 서비스 등의 체계적 확충이 뒷받침돼야 한다.

둘째, '머무는 관광'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강원 관광이 단순한 당일치기 방문을 넘어 체류형 관광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사계절별로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이 필수적이다. 예컨대 여름 해변 중심의 수요를 겨울 산악 관광, 봄·가을 지역 축제와 연계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재방문 고객을 위한 할인·체류형 패키지, 개별관광객(FIT)을 겨냥한 디지털 환대 서비스 등 보다 정교한 상품 설계가 필요하다.

셋째, 구호가 아닌 실행력이 결과를 좌우한다. 지금까지 강원도는 '한류 관광''글로벌 마케팅'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왔다. 그러나 이는 선언에 머문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빅데이터 기반 실시간 피드백, 외국인 체류 패턴을 반영한 정책 집행,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소비·체류 증대 효과로 답해야 한다. 관광은 결국 체험 산업이며 결과는 숫자가 아닌 실행력에서 판가름 난다.

강원특별자치도는 대한민국 관광의 실험장이자 생존의 승부처다. 그동안 강원 관광은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지만 규제와 영세한 산업구조, 수도권 중심 정책 등으로 성장의 한계를 겪어왔다. 글로벌 관광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실질적 동력을 얻게 된 지금, 318만명이라는 숫자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재방문율과 체류일 수를 끌어올려 지역 경제의 선순환을 창출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구호가 아닌 투자, 통계가 아닌 실행, 선언이 아닌 체감 효과가 강원 관광의 미래를 결정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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