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조선왕조실록·의궤 톺아보기]갑자기 나타난 정체불명 괴수, 그 정체는 연산군 애완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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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매체 속 실록이야기 영화 물괴-(9·上)

◇평안도 용천지역에 전염병이 크게 창궐했다는 내용을 담은 중종실록 51권, 중종 19년 7월7일자.

2018년에 개봉한 영화 ‘물괴’는 사극과 괴수 장르를 결합한 독특한 스타일의 작품으로 반정세력들에 의해 연산군이 폐위되고 중종이 왕위에 오른 혼란스러운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중종의 즉위는 자연스럽게 진행된 왕위 계승이 아닌, 반정 공신들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라는 점에서 그의 왕권이 지닌 근본적인 취약성을 가늠할 수 있다. 반정 세력의 손에 의해 왕위에 오른 중종은 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그들의 요구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에 놓여 있었다. 즉위 일주일 만에 자신의 첫번째 왕비인 신씨에 대한 폐위 결정을 따라야 할 정도였고, 반정세력의 힘은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듯했다. 중종은 반정세력의 위세에 짓눌려 그들의 권력 유지를 위한 정치적 도구로 전락하고 만다.

◇영화 ‘물괴’의 한장면

영화 ‘물괴’는 도입부에서 “자신을 왕으로 추대한 반정세력의 힘에 짓눌려 위약한 왕의 길을 걷던 중종. 나라는 극도의 혼란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데...”라는 짧은 글로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영화는 역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백성들이 관군에 의해 무참히 살해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죽음 앞에 내몰린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칼과 활을 겨누는 관군에게 “병에 걸렸는지 확인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절규하지만, 가차없이 죽임을 당한다. 중종 집권 시기, 평안도에 역병이 창궐한 것은 기록으로도 남아 있는 사실이다. “용천(龍川) 경내에 여역(?疫·전염병)이 매우 치열하여 죽은 사람이 670명이나 된다. 예전부터 역기(疫氣)가 전염하여 사람이 많이 죽으나, 어찌 이처럼 참혹한 일이 있는가?(중종실록 51권, 중종 19년 7월 7일)” 이 전염병은 점차 인근 철산과 의주로 확산되는데, 영화에서처럼 감염자를 모아놓고 죽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중종은 각 고을에 의원을 보내 백성들을 돕게 했다. 설상가상으로, 같은 해 함경북도에서는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산골짜기 물이 넘치며 성문과 민가를 휩쓸고 가는 수해가 발생한다(중종실록 51권, 중종 19년 7월14일). 전염병이 퍼지고, 수해가 민가를 덮치는 거듭되는 재앙 속에서 백성들의 불안은 극에 달했고, 이 틈을 타 ‘물괴’라는 정체불명의 존재에 대한 소문이 들불처럼 번진다.

◇영화 ‘물괴’의 한장면

당시 역병이나 가뭄, 물난리 등의 재앙은 통치자의 잘못에 대한 하늘의 경고로 받아들여졌다. 비록 천재(天災)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혼란 속에서 생겨난 ‘물괴’ 등에 대한 소문은 통치자를 더욱 위축시키고 압박하는 역할을 했다. 그래서 조선시대를 통틀어 가장 많은, 중종실록에 열아홉 차례나 기록된 ‘물괴’ 관련 내용은 불안정한 당시 정치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해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었다는 ‘물괴’ 캐릭터는 영화 속에서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고 역병을 옮기는 괴물로 등장한다. 이 물괴가 실은 연산군이 기르던 애완동물 중 간신히 살아남은 한마리가 사람들의 시체를 먹고 자라난 것이라는 상상이 더해지면서, 흥미를 더한다. 실제 연산군은 사냥을 좋아해 많은 수의 개를 소유하고 있었고, 궁궐 안에서도 방울을 단 강아지를 키웠다고 한다. “왕은 항상 내정(內政)에 강아지 한 마리를 길렀는데, 그 턱밑에 방울을 달아 강아지가 방울 소리를 듣고 놀라 뛰면 이것을 매양 재미로 여겼다.(연산군일기 62권, 연산 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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