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 출신의 고서화·고문서 전문가 김영복 KBS 진품명품 감정위원이 26일 강릉 율곡국학진흥원에서 열린 제5기 무실재 아카데미 하반기 두 번째 강연에서 ‘옛 것에 혹하다’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이날 강연에서 김 위원은 “어린 시절 한문을 배운 인연으로 고교 시절부터 광화문 통문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며 “그때부터 고서화와 고문서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고 자신의 삶을 소개했다. 이어 “전국을 다니며 골동품 감정과 강연을 해왔는데, 강릉과 부여를 가장 좋아한다”며 “변하지 않는 고즈넉한 도시의 이미지에 끌린다”고 강릉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 위원은 특히 추사 김정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전하며 “군 입대 전 모은 돈 전부를 들여 추사 김정희의 글씨로 추정되는 작품을 구입했지만, 그것이 가짜라는 이야기를 들은 뒤 본격적으로 추사 공부를 시작했다”며 “그 작품이 수업료였고, 이후 수많은 추사의 글씨를 접하며 깊이 빠져들게 됐다”고 말했다.
진품명품 감정위원 시절 다산 정약용의 하피첩을 감정했던 기억도 소개했다. 그는 “고물상 할머니가 리어커에 싣고 가던 것을 한 모텔 주인이 벽지와 바꿨는데, 감정 결과 6.25전쟁 때 사라졌던 정약용의 하피첩이었다”며 “1억 원의 감정가를 매겼고, 그 소식을 들은 모텔 주인이 손을 떨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회고했다.
끝으로 김 위원은 “어릴 적부터 책을 읽고 한자를 배우는 것을 즐겼는데, 그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며 “요즘 아이들에게 영어는 열심히 가르치면서 한자와 우리 역사를 소홀히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책읽기와 한자, 그리고 우리 역사는 반드시 미래세대에 가르쳐야 할 세 가지”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