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해안 천혜경관이 파괴되고 있다. 강원지역 해안가와 백사장 바로 앞에 고층 건축물이 난립하며 스카이라인이 무너지고 바닷가 경관이 훼손되고 있다. 현행법과 자치법규로는 민간업체 중심의 건축허가를 취소할 근거가 부족해 해안가 중심의 강제성 있는 규제 도입이 요구된다.
■정부·지자체 제도 구멍=현행 경관법이나 강원도의 경관조례 또는 시·군 경관조례로는 동해안 일대 경관훼손을 막지 못하고 있다. 법률 제15460호 ‘경관법’이나 국토교통부의 ‘해안경관 관리 가이드라인’은 해안권에서의 개발사업이 주변의 해안경관과 어우러져 친환경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을 정해 놓고 있다. 또 해안선과의 거리가 2㎞ 안에서 사업이 추진될 경우 해안경관 관리 기본방향 및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강제성이 없고 대상지역 지자체에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면서 사실상 상위법 또는 정부 지침으로서의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강원도 경관조례 역시 마찬가지다. 경관 관련 규정은 대부분 ‘할 수 있다’와 같은 선택조항이며 ‘바다, 하천, 호수 등 수변공간의 경관 개선사업’ 은 지자체 조례로 정하는 사업으로 규정해 놓았다. 특히 경관법상 수립해야 하는 경관계획 역시 인구 10만명 이상 지자체만 대상이어서 강릉을 제외한 대부분의 동해안 시·군은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민간사업자의 사유지 건축허가에 대해 법적 규제방법이 없어 허가 승인에 시간을 글거나 용적률을 낮추는 방법 외에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고 밝혔다.
■강제성 있는 규제 도입 필요=해안가에 우후죽순 고층 건물이 들어서며 호가 위주의 땅값 상승과 함께 바닷가 일대에서 생업을 이어가던 원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쫓겨나는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해안변과 이격없는 개발과에 따른 안전사고 위협과 경관 사유화도 심각하다. 고성군 거진읍에 위치한 판상형 아파트는 바닷가와 불과 수십미터 떨어진 채 지어져 놀이터가 여러번 침수되는 등 인명 및 재산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15층 규모의 이 아파트는 배후 마을의 조망권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강릉의 사천해변에도 주택가 밀집지역에 27층 규모의 생활형숙박시설이 우뚝 세워져 있는 등 동해안 일대 곳곳에서 심각한 경관훼손이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높은 건물이 들어설 경우 랜드마크가 아닌 주변 경관을 훼손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바닷가 주변의 고층 건축물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윤희 강원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안가의 인공적인 건축행위는 환경파괴는 물론 재난재해시 안전사고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나 강원도 차원의 동해안 특정경관계획 수립 등 난개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