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반복되는 집중호우가 강원지역의 밥상 물가를 뒤흔들고 있다. 추석을 앞둔 시점에서 채소와 과일, 곡물, 수산물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며 체감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강원지방통계지청에 따르면 지난 8월 도내 농축수산물 물가지수는 128.61로, 전년 대비 2.6% 뛰었다. 특히 시금치, 배추, 브로콜리 등 주요 채소류는 한 달 사이 50% 이상 가격이 급등했고, 곡물과 수산물도 작황 부진과 이상 기후의 여파로 상승세를 피하지 못했다. 이는 단순한 계절적 현상이 아니라, 기후 변화에 기인한 구조적인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 현상으로 해석해야 할 시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물가 인상이 고스란히 서민 가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명절을 앞두고 주요 식재료의 가격 폭등은 저소득 가구나 고령층에게 심리적·경제적 이중고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시금치가 57.1%, 배추가 53.2% 올랐다는 통계는 단순 수치 이상의 경고다. 이는 명절 차례상 비용에 직결되는 문제로, 전통시장은 물론 대형마트에서도 가격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이 수산물마저도 이상 수온으로 가격이 동반 상승하고 있어 가계 소비 전반에 부담이 확산되고 있다. 물가 안정을 위한 정부의 대응도 중요하지만, 보다 정교한 지역 맞춤형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전국에서도 기후의 영향을 가장 빠르게 받는 지역 중 하나로, 폭염과 호우가 되풀이되면 농업 생산 기반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농업 부문의 기후 리스크 대처 역량을 근본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채소류 작물에 대한 스마트팜 기술 도입, 고온·과습에 강한 품종 보급 확대, 물 관리 기반시설 확충 등이 중장기적 대응 전략으로 요구된다. 또한 단기적으로는 추석을 앞두고 수급 불균형이 우려되는 주요 품목에 대해 정부 비축 물량 방출과 수입 확대 등 적극적인 가격 안정책이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 단지 ‘면밀한 수급 점검’에 그치지 않고, 가격 변동 폭이 큰 품목에 대해서는 선제적 대응 시스템을 갖춰야 할 때다. 아울러 도내 농축수산물 유통 구조의 효율성도 재점검이 필요하다. 산지·소비지를 연결하는 물류 체계 개선과 지역 내 생산자 단체 간의 협력 강화를 통해 가격 안정의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다. 이번 ‘히트플레이션’ 현상을 단기 대처에 그치지 않고, 향후 기후 위기 시대의 농업·민생 대응 전략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