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확대경]'테니스의 메카' 양구, 현대판 맹모삼천지교의 선택지가 되다.

신철우 양구군의회 부의장

환경은 사람을 만들고, 환경은 곧 미래를 만든다. 양구는 바로 그 말의 힘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양구고 테니스부는 지난해 경남 김해에서 열린 제105회 전국체전 테니스 18세 이하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전무후무한 대회 5연패를 달성했다. 이는 단순한 기록의 축적이 아니라, 한국 테니스 역사에 길이 남을 쾌거이자 양구가 ‘대한민국 테니스의 메카’임을 입증한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이 놀라운 성과 뒤에는 보이지 않는 땀과 눈물이 있었다. 한국수자원공사, 양구군, 도교육청 등 민·관·학의 유기적 협력과 든든한 지원, 지도자의 헌신적인 지도, 선수들의 피나는 노력, 학부모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테니스 선수들이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마련된 최고 수준의 환경이 승리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맹모삼천지교’의 고사가 오늘날까지 회자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맹자의 어머니가 아들을 훌륭한 학자로 키우기 위해 세 차례나 이사한 것은 교육 환경이 그만큼 중요했기 때문이다. 현재 양구중·고 테니스 선수 19명 가운데 17명이 양구 출신이 아닌 외부 전입생이며, 많은 학부모가 자녀를 위해 함께 이주했다. 심지어 양구초교에도 테니스를 위해 전입한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테니스에 전념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찾아 양구로 모여든 결과이자, 인구소멸 위기에 놓인 양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인구 증가 요인 중 하나다.

그러나 이러한 양구의 영광 뒤에는 심각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비봉초교에서 성장한 여자 테니스 선수들은 초등학교 졸업 이후 지역 내에서 운동을 이어갈 상급학교가 없어 외부로 전출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놓여 있다. 이미 초등학교 5학년 학생 2명이 전학을 가거나 전학을 준비 중에 있으며 앞으로도 이런 상황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테니스의 메카로 불리는 양구에서 여자 초등학교 선수들이 더이상 성장할 무대를 찾지 못해 부모와 함께 타지역으로 떠나야 하는 현실은 참으로 안타깝다. 이는 개인의 불행이자 지역사회의 손실로 이어지는 문제다.

이제 답은 분명하다. 여자중학교 테니스부 창단이 그 해답이다. 남자 선수들이 양구초–양구중–양구고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계보를 통해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성과를 만들어냈듯, 여자 선수들에게도 동일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유능한 지도자를 영입하고, 잠재력 있는 선수를 발굴하며, 학생 전용 코트를 확보해 선수들이 훈련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나아가 행정과 교육기관, 지역사회, 군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양구여중 테니스부 창단은 단순히 한 종목을 위한 일이 아니다. 이는 소중한 지역 자원의 효율적 활용, 잠재적인 후원 세력의 양성, 외부 인구 유입을 통한 지역 활력 제고, 인구소멸 위기 극복이라는 다층적 의미를 지닌다. 동시에 대한민국 테니스의 메카라는 양구의 위상을 더욱 확고히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스포츠는 단순한 경기 이상의 힘을 가진다. 한 명의 선수를 키우는 일은 곧 지역과 국가의 미래를 키우는 일이다. 지금 우리가 결단하지 않는다면, 양구에서 자라난 수많은 여자 테니스 꿈나무들은 더 나은 환경을 찾아 떠나고 말 것이다. 이제는 남자뿐 아니라 여자 테니스 선수들에게도 그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여자중학교 테니스부 창단은 선택이 아니라 시대적 과제이자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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