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대한민국은 인구 감소로 인한 국가비상사태에 직면해 있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정도의 급격한 고령화 현상은 전국을 휘청이게 하고 있다.
통계청에서는 2072년의 인구가 현재보다 약 30% 감소된 3천6백만 명으로 축소될 것이라 전망했고, 최근 발표된 한반도미래연구원의 보고서는 100년 뒤 우리나라 인구가 현재의 15% 수준에 불과한 735만 명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인구관리 정책에 있어, 그간 정부와 지자체는 상주인구의 양적 확대에만 주력해왔다. 허나 인구총량의 감소라는 냉엄한 현실 앞에서, 각 지역 간의 극렬한 인구 유치 경쟁은 오히려 국가 발전의 저해요소로 전락하였다. 여기에 교통망과 여가문화의 발달, 세컨드홈 문화의 확산은 지역 간 이동을 더욱 활발하게 만들었고, 이제 더 이상 상주인구만으로는 도시의 현주소를 올바르게 진단할 수 없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기존의 인구정책을 보완할 수 있는“생활인구”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다. 생활인구란, 단순히 주민등록인구를 넘어 해당 지역에 체류하면서 생활을 영위하고 행정서비스를 함께 이용하는 모든 사람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제는 지역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사는가”가 아닌, 얼마나 많은 사람이“머무는가”를 따져 정책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이 새로운 패러다임에 발맞춰, 우리 속초시도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생활인구의 관점에서 다양한 정책들을 재설계하기 시작했다. 먼저 빅데이터를 활용해 단순 방문객 수를 넘어 이들이 어디서 왔고, 얼마나 머물렀으며, 어떻게 소비했는지를 깊이 탐구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방문객층을 유치하고, 체류시간을 늘리며, 재방문을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맞춤형 전략들을 구체화해 나갔다. 그렇게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즐길거리,'영랑호·청초호 맨발황톳길'과 '설악향기로', '빛의 바다 속초' 등이 탄생했고, '워터밤', '싸이흠뻑쇼', '국제음식영화제'등의 이색적인 축제들이 정례화됐다.
수년간 멈춰 있던 뱃길은 '대형 크루즈 유치'와 '북방항로 재개'노력으로 다시금 활기를 되찾았고, 공격적인 워케이션·런케이션 전략은 우리 속초를 '강원지역 워케이션 선호도 1위 도시'로 발돋움시켰다.
기존과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사람의 이동과 생활 패턴을 적극 반영한 새로운 도시 발전 비전, '9분 도시, 콤팩트 시티' 또한 확립해냈다. 지난 몇 년 간 이어진 각고의 노력으로, 우리 속초는 일일 생활인구 12만 명, 연간 관광객 수 2,500만 명에 달하는 작지만 활력 넘치는 지방 강소도시로 성장했다. 이제 속초는 잠깐 머무는 도시에서 더 오래 체류하고,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도시가 됐다.
지난 9월 2일, 또 한 가지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생활인구의 정책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정부가 내년부터 지방교부세 산정에 생활인구를 일부 반영하기로 했는데, 그 대상에 '인구관심지역'인 우리 속초시가 포함된 것이다. 정부 개편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인구감소·관심지역에는 인구감소대응과 관련된 재정수요에 대해 추가로 지방교부세를 교부받을 수 있는 특별한 자격이 주어진다.
속초시의 경우 매년 전체 예산(일반회계 기준) 가운데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1,500억 원의 막대한 재원을 지방교부세로 충당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이 같은 결정으로, 생활인구 확대를 위한 속초의 그간 노력이 더욱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주민등록인구만으로는 도시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는 시대, 속초는 이미 이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다. 인구 비상(非常)의 위기를 지방 비상(飛上)의 기회로 바꿀 해법, 생활인구를 향한 속초의 날갯짓이 더 높은 비상(飛上)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