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 출신 함영연 아동문학가가 역사동화 ‘가짜 뉴스의 비극, 간토대학살’을 펴냈다.
매년 9월이면 떠오르는 간토대학살의 비극. 102년이 지났지만 진상 규명은 여전히 짙은 안개 속이며, 피해자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도 듣지 못했다. 동화는 어린 소년 히로시의 눈을 빌려 한일 역사의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 본다. ‘역사 놀이’라며 집단학살의 비극을 희화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불편한 히로시. 하지만 역사에는 통 흥미가 없고, 갈등은 피하고 싶었던 소년은 이내 말을 삼킨다.
그러던 중 아라카와 강변에서 흩날리던 넋전을 따라 히로시가 과거로 돌아간다. 뿌리 없는 혐오는 비단 오늘날 일이 아니었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유언비어가 돌던 1923년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간토대지진 이후 일본 정부의 가짜 뉴스와 자경단의 혐오로 무자비하게 목숨을 잃은 조선인들. 겁에 질려 숨던 소년은 공포를 딛고 훌쩍 자랐다. 역사의 한 가운데서 히로시는 다짐한다. 잊지 않겠다고, 외면하지 않겠다고.
전작 ‘일본군‘위안부’ 하늘 나비 할머니’, ‘함경북도 만세 소녀 동풍신’, ‘아홉 살 독립군, 뾰족산 금순이’ 등으로 우리 역사를 풀어낸 함영연 작가. 그는 신간을 혐오의 몸집을 불리는 침묵의 위험성을 비춘다. 후세의 무관심 속 바래가는 역사 앞에서 동화는 말한다. “나를 잊지 마세요, 끔찍한 죽음을 되풀이하지 마세요”
함영연 작가는 “이 역사 동화가 가짜 뉴스와 혐오로 억울하게 희생된 조선인들의 아픔을 기억하고, 참혹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성찰하는 주춧돌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내일을여는책 刊. 128쪽.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