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권혁순칼럼]강원도, 대통령 방문 이후 더 절박해야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 정부의 배려 약속
예산-인허가-제도적 유연성 뒤따라야 문제 해결
도, 더 이상 정책 수혜자아니라 파트너가 돼야

강원도, 대통령 방문 이후 더 절박해야

대통령이 왔다. 대통령이 들었다. 대통령이 말했다. 하지만 강원특별자치도는 이제부터 더 절박해져야 한다. 지난 12일 춘천 강원정보문화산업진흥원에서 열린 '강원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 미팅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강원도 접경지역의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배려를 약속했다. 긍정적이고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국가 최고지도자의 약속이라도 정책으로 구체화되기까지는 말처럼 쉽지 않다. 강원도는 이번 방문 이후 말이 아닌 실천을 요구해야 하며, 그 실천을 이끌어낼 주체가 바로 도 자신임을 자각해야 한다.

수도권의 편익을 위해 희생

강원도는 한국전쟁 이후 국가 안보와 수도권의 편익을 위해 수많은 희생을 감내해왔다. 대규모 송전탑, 군사시설 보호구역, 수도권 상수원 확보용 댐, 개발 제한 구역은 도 전역을 옥죄는 족쇄와도 같았다. 최근에는 접경지역의 생태 보전이라는 명목으로 또 다른 개발 제한이 예고되며, 여전히 '희생의 땅'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결의 시선을 세계로 넓히면 강원도의 사례는 개발과 보상, 환경과 생존이 충돌하는 구조 속에 놓여 있다. 인도 중서부 나르마다강에 건설된 나르마다 댐은 대규모 수력발전을 목표로 추진된 국책사업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수십만 명의 주민들이 강제 이주되었고, 정부의 보상 체계도 매우 미비했다.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고, 이에 대한 항의 시위와 국제사회의 비판이 이어졌다. 이는 개발의 일방성과 민주적 절차의 부재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평가된다. 반면 스위스는 알프스 지역에 다수의 댐을 건설하면서도 주민들과의 협의를 통해 전력 생산과 물 관리라는 공공 이익을 실현해왔다. 특히 모든 댐 건설 과정에서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고, 충분한 보상과 대체 주거지를 제공했으며, 환경단체와의 협의도 병행했다. 이러한 협치적 거버넌스는 지역사회와 생태계를 동시에 보호하면서도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한 모범 사례로 이해된다. 강원도가 이재명 대통령의 지원을 단순한 이벤트로 끝내지 않으려면, 글로벌 표준에 맞는 협력적 거버넌스 구조를 정부에 요구하고 주도해야 한다. 그간 강원도는 반복해 ‘약속’은 들었으나 ‘변화’는 경험하지 못했다. 역대 대통령의 강원도 방문은 이어졌지만 사업은 계획으로 머무르고, 규제는 완화보다 관리로 둔갑해 되레 지역사회의 숨통을 조였던 것이 사실이다. 이 반복되는 무기력의 고리를 끊기 위한 전환점을 강원도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할 때다.

고정관념 벗어 던져야 할 때

이에 대한 종합적 통찰은 강원도가 더 이상 정책 수혜자가 아니라 정책 설계자이자 실행 파트너가 돼야 한다는 데 있다. 관광벨트, GTX 연장, 접경지역 규제완화 모두 강원도 없이 결정되면 실패하거나 반쪽짜리 정책이 되기 십상이다. 강원특별자치도라는 명칭에 걸맞은 권한 이양과 재정 자율성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대통령의 공감 어린 발언 뒤에 이어질 예산, 인허가, 제도적 유연성 없이 실현 가능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지점에서 고정관념을 완전히 벗어 던져야 한다. 강원도는 더 이상 정부의 은혜를 바라는 존재가 아니다. 이제는 전국에서 가장 전략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지역, 수도권과 인접하고 자연생태계와 평화의 미래가 교차하는 유일한 플랫폼이다. 그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선 강원도가 먼저 자신을 '피해자'에서 '기획자'로 재정의해야 한다. 그 인식의 전환이 강원도를 바꿀 첫 단추다. 강원도의 미래는 도가 얼마나 능동적으로 중앙정치의 틈새를 파고들고, 자신만의 비전을 설계하며, 주민을 조직하고 전문가를 끌어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강원도는 지금, 대통령의 지원 약속을 어떻게 정책으로 연결시키느냐는 숙제를 감당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주민 삶이 개선되고 인간다운 삶이 보장돼야 한다. 고속도로와 철도는 깔릴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강원도 주민의 삶과 그 속에 담긴 존엄이다. 대통령의 강원도 지원 약속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정책이 만나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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