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AI, 신이 될 것인가 도구로 남을 것인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9월13일 신디자인랩 오디토리움에서 ‘AI와 미래사회’ 주제 그랜드렉처 열려

허영 국회의원, 한석진 英 브리스톨대 교수…급변하는 미래모습 다각도 탐색

◇ 지난 13일 신디자인랩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AI와 미래사회’ 주제 그랜드렉처가 끝난 후, 강의를 진행한 허영 국회의원(우)과 한석진 교수(좌)가 청중의 질의를 듣고 있다. 오석기기자

지난 13일, 춘천 박사로에 위치한 신디자인랩 오디토리움에서는 ‘AI와 미래사회’를 주제로 한 그랜드렉처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AI는 인간의 도구인가, 새로운 창작자이자 경제 주체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시작된 이번 강연에는 허영 국회의원과 한석진 영국 브리스톨대 교수가 연사로 나서 AI가 급변시키는 우리 사회의 모습과 미래를 다각도로 탐색했다. 두 연사는 AI 기술 발전이 가져올 기회와 위협, 그리고 이에 대한 국가적·개인적 대응 방안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펼쳤다.

◇ 지난 13일 신디자인랩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AI와 미래사회’ 주제 그랜드렉처에서 허영 국회의원이 ‘소버린 AI : 우리가 만드는 AI 강국’을 주제로 강의를 펼치고 있다. 오석기기자

허영 의원 : ‘소버린 AI’로 AI 강국을 향한 길


허영 의원은 ‘소버린 AI : 우리가 만드는 AI 강국’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시작하며, AI 혁명이 전 산업 질서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을 지배하는 경제 질서의 혁명임을 강조했다. 그는 AI가 단순한 컴퓨터의 지능 혁명을 넘어 인지 AI, 생성형 AI, 에이전트 AI, 그리고 로봇으로 진화하는 ‘피지컬 AI’의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설명했다.

허 의원은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대부분의 AI 솔루션이 외국 기업에 종속돼 있으며, 이는 데이터 주권, 기술 주권, 인프라 주권의 상실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터넷상의 방대한 문서를 학습한 챗GPT와 같은 AI의 연산 능력에 비해, 우리나라의 GPU 보유량(총 2,500개)은 미국의 한 기업(30만 장 이상)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해 인프라 격차가 심각함을 지적했다. 그는 의료 데이터나 법원 판결 데이터와 같은 한국 고유의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비판하며, 한국적 맥락을 이해하는 ‘한국적 AI’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지난 13일 신디자인랩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AI와 미래사회’ 주제 그랜드렉처에서 허영 국회의원이 ‘소버린 AI : 우리가 만드는 AI 강국’을 주제로 강의를 펼치고 있다. 오석기기자

이에 대한 해법으로 허 의원은 ‘소버린 AI’구축을 위한 국가적 노력을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의 5조 원 인프라 투자 및 150조 원 규모의 국민 성장 펀드 조성 등 과감한 AI 투자 계획을 설명하며, AI 농업, AI 로봇, AI 의료 등 융합적인 질서 속에서 AI와 결합하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융합적 사고와 접근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AI의 부작용(환각 현상, 자살 유도, 자율 무기 등)에 대비한 ‘인공지능 기본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고위험 AI에 대한 윤리적, 도덕적, 기술적 통제 기준 마련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그는 춘천의 미래 또한 AI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했다. 소양강댐의 수열 에너지를 활용한 데이터 센터 유치 및 AI 산업 활성화, 스마트팜과 AI 드론을 통한 정밀 농업, 뇌졸중 진단 AI 에이전트 개발, 안개 예측 교통 예방 시스템 등 춘천의 다양한 AI 활용 사례를 소개하며 지역 사회 발전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허 의원은 AI 시대에는 AI에 종속되지 않고 인간의 가치를 유지하며 AI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는 힘’과 ‘도전 정신’이 중요하다고 청년들에게 조언했다.


◇ 지난 13일 신디자인랩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AI와 미래사회’ 주제 그랜드렉처에서 한석진 교수가 ‘생성형 AI 시대의 저작권 정책 : 시각 데이터와 경제학의 만남’을 주제로 강의를 펼치고 있다. 오석기기자

■ 한석진 교수 : 생성형 AI 시대, 저작권 정책과 인간 창작의 의미

한석진 교수는 ‘생성형 AI 시대의 저작권 정책 : 시각 데이터와 경제학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이어갔다. 경제학자이자 데이터 과학자, 그리고 AI 연구자로서 그는 AI가 어떻게 작동하며, 특히 생성형 AI가 인간 창작물과 경쟁하게 될 때 발생하는 저작권 문제에 대한 경제학적 접근을 제시했다.

한 교수는 AI의 발전을 인지 AI에서 생성형 AI로 설명하며, 생성형 AI가 사람의 창작 활동(글쓰기, 그림 그리기, 코딩, 영상 편집 등)을 해내고 있음을 언급했다. 그는 AI가 사람의 지능을 뛰어넘어 수학 문제까지 풀게 되면서 학자들조차 혼란을 겪는 시대가 왔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는 AI가 발전하더라도 인간 고유의 특성은 대체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AI가 아무리 사람과 똑같은 그림을 그려도, 예술가가 그 그림을 만들기까지 겪는 '이야기, 고통, 몸부림'과 같은 인간적인 과정은 AI에게 없으며, 관객이 느끼는 감동의 깊이도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 지난 13일 신디자인랩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AI와 미래사회’ 주제 그랜드렉처에서 한석진 교수가 ‘생성형 AI 시대의 저작권 정책 : 시각 데이터와 경제학의 만남’을 주제로 강의를 펼치고 있다. 오석기기자

한 교수는 경제학적 실증 분석을 통해 AI 시대의 저작권 정책 방향을 모색했다. 그는 시각 데이터(폰트 이미지)를 딥 컨볼루션 신경망(Deep CNN) 같은 기계 학습 방법을 이용해 정량화(임베딩)하고, 이를 통해 폰트 디자인의 유사성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 연구는 폰트 시장에서 경쟁이 ‘국지적’이며 ‘장기적’인 시장 잠식 효과가 있음을 밝혀냈다.

또한, 생성형 AI를 활용할 경우 폰트 개발 비용이 크게 낮아진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하며, 이처럼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저작권 정책이 ‘울타리’ 역할을 해 기존 창작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 결과, 저작권 보호가 필요하며, 그 강도는 생성형 AI의 활용 여부에 따라 달라져야 사회적 후생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청년들에게는 AI 시대에 ‘기획자’이자 ‘매니저’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I를 도구로 부릴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만큼, 비전을 가지고 사회를 이끌 질문을 잘 던지는 능력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인문학적 소양을 쌓는 것(독서, 문학·예술 작품 접하기)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I와 공존하는 미래, 인간의 역할은?

두 강연자는 AI의 발전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에 공감하면서도, 이를 새로운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허영 의원은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법 제도 마련을 통해 AI 기술 주권을 확보하고 춘천과 같은 지역 사회에서 실질적인 AI 활용 사례를 만들어 나갈 것을 강조했고, 한석진 교수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가치, 즉 창의성과 윤리, 그리고 인문학적 성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결론적으로, ‘AI와 미래사회’ 그랜드렉처는 AI가 단순히 미래의 기술이 아닌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AI를 ‘신’처럼 숭상하거나 ‘코로나’처럼 대처하는 등 우리가 AI를 어떻게 인식하고 질문하느냐에 따라 AI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는 허영 의원의 발언과, AI 시대에 더욱 깊어져야 할 인간 본성과 창작 활동의 의미에 대한 한석진 교수의 질문은, AI 시대에 인간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깊은 사유를 남겼다.

새로운 기회가 가득한 AI 시대의 문턱에서, 우리 사회가 당면한 도전과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요구된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강원의 역사展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