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법정칼럼]개인파산제도의 공익적 성격

고병용 춘천지방법원 판사

개인파산사건에서 채무자의 면책신청에 대해 채권자가 이의신청을 할 때가 많다. 특히 채권자들 중에 개인채권자가 이의신청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의신청의 내용은 대체로 ‘자신도 어려운 처지에서 한푼 두푼 모은 돈을 채무자가 사정사정하여 빌려주었는데, 법원에 파산 및 면책신청을 했다고 하니 너무 괘심하다. 면책을 불허가해서 채무자가 돈을 갚을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다.

채권자의 이의신청에도 불구하고, 면책불허가 사유가 없으면 면책을 허가하는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4조 제1항은 법률에 규정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채무자의 면책을 허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가할 수 있다가 아니고 허가하여야 한다는 의무조항이다. 개인파산자가 면책허가결정을 받게 되면 면책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채권(조세, 벌금,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등)을 제외하고 나머지 채권에 대해서는 책임이 면제된다. 사인간의 채권‧채무에 대해 법원이 면책을 허가하는 결정을 하고, 개인에 대해 파산을 선고하는 것은 공익적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개인파산제도의 공익적 필요성을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경제적으로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서 채무자가 다시 경제활동에 참가하게 하고, 경제의 생산력 증대를 도모하려는 것이다. 채무자가 과도한 빚으로 인해 근로나 창업을 하려는 의욕이 저하되면, 그것은 결국 경제의 위축으로 이어진다. 파산절차를 통해 채무를 일정부분 청산하면 나머지 채무에 대해서는 책임을 면제해주어 채무자가 다시 경제활동에 참여하게 돕는다. 파산절차는 빚에 짓눌린 개인을 재도전을 준비하는 경제주체로 전환하는 과정인 것이다.

둘째, 채권자 사이의 공평한 권리보호를 위한 것이다. 채권자 중 일부가 채무자의 재산에 대해 강제집행을 하여 변제를 받는다면 나머지 채권자는 자신의 채권을 변제받지 못하게 된다. 파산절차는 파산관재인을 선임하여 법원의 관리감독 하에 채무자의 재산을 환가하고 채권자들에게 이를 공평하게 배당할 수 있게 한다. 사적 다툼이 아닌 법적 질서 속에서 채권자들의 권리를 조정하고, 거래 상대방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절차를 통해 자본주의 경제의 기반이 되는 신용 질서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셋째, 사회적 안정망의 역할을 수행한다. 경제상황의 변동으로 인한 실패의 위험을 온전히 개인이 감당하게 한다면 누구도 과감한 투자나 창업에 나서지 않을 것이고, 이로 인해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게 될 것이다. 개인파산제도는 개인의 경제적 실패를 사회적으로 흡수하는 안전망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위험의 분산이 있기에 개인은 일정한 위험을 감수하고 과감한 투자나 창업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개인파산제도는 개인의 실패를 인정하고 이를 사회적으로 정리하는 제도이면서 또 다시 새로운 도전의 문을 열게 하는 제도이기도 한 것이다.

공익적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것은 사회 전체의 이익과 개인이 입게 될 손해를 비교해 보았을 때 사회 전체의 이익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파산제도는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채권자의 이익을 일정 부분 희생시키는 제도이다.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이 과거에 있었던 사람들의 수고와 희생 덕분이 듯이 개인파산제도로 인한 채무의 면책도 채권자의 희생이 그 뒤에 있는 것이다. 개인파산제도를 통해 채무를 면책 받은 채무자들이 새로운 출발점에서 채권자들의 배려를 잊지 않고, 재기에 성공하기를 오늘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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