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단순한 관광 인프라 조성을 넘어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안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담고 있는 상징적인 사업이다. 특히 양양군 주민들에게는 40년 넘게 이어진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오랜 세월 지역사회 내에서 논란과 갈등, 기대와 좌절이 반복돼 온 이 사업은 지난해 6월 마침내 착공에 들어가 내년 9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강원 타운홀 미팅에서 한 주민이 제기한 “국비 없이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니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과, 이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유보적 반응은 지역민들 사이에 큰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물론 국비 미지원 사업의 재정 부담이나 환경 훼손 가능성 등 걱정의 목소리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그간의 행정절차와 환경영향평가, 문화재 심의 등을 모두 통과하고 법적 논란까지 종식된 상황에서 이미 착공에 돌입한 사업을 다시 원점 재검토하거나 중단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정책 신뢰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양양군은 지방소멸 위기에 놓인 대표적인 지역이며 오색케이블카는 그러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실질적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 도는 전국에서 가장 넓은 산림과 국립공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정작 관광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적 관광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고, 설악산 권역의 관광을 체류형으로 전환하기 위한 결정적 계기로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돼 왔다. 그동안 오색케이블카는 일부 환경단체와의 갈등 속에서도 수차례 재심의와 재보완을 거쳐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 왔다. 특히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는 노선 변경, 교통량 분산을 위한 주차장 조성, 생태 복원 계획 수립 등 다양한 대책이 병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환경 보전과 지역 개발의 균형을 충분히 고려한 사업이다. 또한 사업 주체인 양양군은 케이블카 운영 수익을 지역 주민의 복지와 지역 발전 기금으로 환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공공성도 확보됐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이 “점검은 해보겠지만 중지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대통령의 발언 하나하나가 갖는 정책적 상징성과 파급력을 감안할 때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인 사업이 정치적 논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경우 지역민들의 좌절감은 상상 이상이 된다. 선거 때마다 단골 공약으로 오르내렸던 오색케이블카가 또다시 정권 교체나 중앙 정치권의 입장 변화로 흔들려서는 곤란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업의 차질 없는 추진과 지역경제 회복이라는 본질에 대한 집중이다. 중앙정부 역시 지방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국비 미지원 사업에 대해 최소한의 행정적 안정성과 정책 일관성을 보장해 줘야 한다. 더 이상 논란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지역의 미래는 정책의 일관성과 행정의 책임감 속에서 실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