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적자 법인 9천 곳, 기업 생태계 붕괴 경고등이다

2024년 도내 법인 40%, 심각한 구조적 위기
일자리 감소·세수 부족·소비 위축 ‘악순환''
정밀한 진단 및 맞춤형 회생 프로그램 마련을

강원지역 법인의 40%가 적자를 기록하고, 매출과 수익이 전무한 ‘깡통법인’이 전국적으로 16만 곳을 웃돌면서 지역경제 전반에 심각한 구조적 위기가 드리워지고 있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강원특별자치도 내 법인세를 신고한 2만3,442곳 중 9,066곳(38.7%)이 적자를 기록하며 법인세를 내지 못했다. 이는 통계 집계 이래 최대치로, 강원도 기업 10곳 중 4곳이 생존의 기로에 놓여 있다는 뜻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적자 법인 증가가 일시적인 경기 둔화를 넘어 구조적인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비스업, 제조업, 도매업, 건설업 등 주력 산업 전반에서 적자 비율이 두 자릿수에 달하고 있으며, 특히 서비스업은 전체 적자 법인의 29%를 차지했다. 이는 내수 소비 침체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소비 회복의 지연, 고금리·고환율의 복합 악재가 강원 경제를 짓누르고 있음을 방증한다.

기업의 수익성 저하는 고스란히 자영업 폐업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4년 한 해 동안 도에서 폐업한 자영업자는 2만7,772명으로 2007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수치를 나타냈다. 폐업 공제금 지급액도 250억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소매업의 폐업이 전년 대비 57.5%나 치솟아 내수 시장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지역경제의 허리 역할을 해 온 중소기업과 자영업이 무너진다는 것은 단순한 민간 경제의 위기가 아닌 지역경제 전체의 붕괴로 연결될 수 있다. 지역 일자리 감소, 세수 부족, 소비 위축, 인구 유출이라는 악순환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도는 기업 생존 환경이 취약한 지역이라는 낙인이 찍혀 외부 투자 유치는 물론 기존 기업의 지속 가능성조차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도는 경기 부양책에 의존하는 대응에서 벗어나 구조적인 전환에 나서야 한다. 적자 기업에 대한 정밀 진단과 맞춤형 회생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재정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경영 컨설팅, 수출 판로 지원, R&D 연계 등의 비재무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자영업 구조 재편을 통한 생태계 정상화도 절실하다. 과잉 진입 업종에 대한 유도 조정과 함께 유망 업종으로의 전환을 지원하는 산업 재배치 전략이 시급하다. 또 법인 및 자영업의 생존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제도적 인프라 확충이 요구된다. 지역 벤처펀드나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제도를 활용해 경쟁력 있는 기업에 집중 투자하고, 폐업 이후 재기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특히 청년 창업과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통해 중장기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할 때다. 금융기관과 연계한 유동성 공급 확대도 고려돼야 할 정책 방향이다. 지역경제 위기 신호가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지역의 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강원도민 전체의 삶의 기반이 위협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역경제 정책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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