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강원학사 반세기

◇일러스트=조남원 기자

서울 변두리 관악산 자락에 둥지를 틀었던 강원학사가 지난 20일 50주년 기념식을 갖고 반세기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새 출발을 선언했다. 1970년대, ‘전국 최초의 재경 기숙시설’이라는 이름표는 지방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이정표였다. 좁은 방과 열악한 환경에도 강원자치도 땅의 젊은이들은 이곳에서 함께 밥을 먹고 토론하며 내일을 설계했다. 그것은 단순한 기숙사 생활이 아니라 고향을 넘어 더 큰 세상으로 향하는 디딤돌이었다. ▼ ‘등용문(登龍門)’. 황허강 물살을 거슬러오른 잉어가 용이 되어 하늘로 오른다는 설화에서 유래했다. 강원학사 역시 그와 닮았다. 기숙사 문을 들어선 수많은 학도들이 한강 물결처럼 거세게 흐르는 경쟁의 세상 속에서 때로는 휘청거리고 때로는 솟구쳤다. 그 과정에서 도전과 성공, 그리고 보은이라는 가치가 체화됐다. 이번 50주년 기념식에서 세 부문으로 나눠 수상을 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한때의 잉어들이 이제는 제약계, 금융계, IT 현장에서 용이 되어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러나 화려한 성취 뒤에 남겨진 과제도 적지 않다. 학생 수 급감과 지방소멸 논의가 현실이 된 오늘, 향토학사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김진태 지사가 약속한 신축 이전은 건물 교체가 아니라 ‘왜 학사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하는 과제다. 맹자는 ‘대인은 반드시 근본을 세운다(君子務本)’고 했다. 그 정신이 없다면 새 건물도 금세 껍데기로 전락하고 만다. 강원학사가 진정 전국 최고의 학사로 거듭나려면 학문을 넘어 지역의 뿌리와 공동체적 연대를 지켜내는 가치부터 새겨야 한다. ▼이제 강원학사 앞에 놓인 길은 분명 두 갈래다. 과거의 영광을 기리는 기념비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미래 세대에게 또 다른 꿈의 용문으로 서 있을 것인가. 50년의 뒤안길에서 흘린 땀과 눈물이 새로운 50년의 빛나는 서사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그리고 언젠가 후배들이 “강원학사 덕분에 하늘로 솟구쳤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값진 기념비가 있을까.

가장 많이 본 뉴스

    강원의 역사展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