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조직을 이재명 정부의 국정 철학에 맞게 재편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26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으로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인 내년 9월 폐지되며, 기획재정부는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된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재석 의원 180명 중 찬성 174명, 반대 1명, 기권 5명으로 수정안이 의결됐다.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전원 찬성표를 던졌고,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군소야당 가운데 조국혁신당 신장식·차규근·백선희 의원은 기권했고,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은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검찰청 폐지…수사·기소 기능 분리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검찰 권한의 분산이다. 따라서 내년 9월부터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며, 수사 기능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기소 기능은 공소청이 각각 맡게 된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설치되며, 신설 기관에 대한 1년 유예 기간이 적용된다.
민주당은 이를 통해 검찰의 수사·기소 독점 체계를 해체하고 권한 분산을 실현하겠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18년 만에 분리…금융위 개편은 제외
기획재정부는 내년 1월 2일부터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된다.
이 가운데 예산 기능은 국무총리실 산하 기획예산처로 이관되며, 나머지 기능은 재정경제부로 귀속된다.
이는 2008년 두 부처 통합으로 탄생한 기획재정부가 18년 만에 다시 분리되는 것으로, 기존 예산권 집중에 대한 구조적 개편으로 평가된다.
반면 당초 민주당이 추진했던 금융위원회 개편은 이번 수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금융위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과 금융감독원 체제는 현행대로 유지된다.
방통위 폐지·에너지 조직 개편 등도 포함
정부조직법 개정안에는 방송통신위원회를 폐지하고, 새로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환경부는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명칭이 바뀌며,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에너지 업무 중 원자력 수출 부문을 제외한 대부분 기능이 이관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통상부’로 명칭이 변경된다.
여성가족부는 ‘성평등가족부’로 이름을 바꾸고, 통계청과 특허청은 각각 ‘국가데이터처’, ‘지식재산처’로 격상돼 국무총리 소속이 된다.
또한, 교육부 장관이 겸임하던 사회부총리 직제는 폐지되며, 향후에는 재정경제부 장관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각각 부총리를 겸임하게 된다.
국민의힘, 24시간 필리버스터 돌입…토론 종결
전날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개정안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로 표결이 지연됐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반대 토론에 나서 약 17시간 12분간 발언하며 역대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을 세웠다.
민주당에서는 서영교 의원이 찬성 토론에 나서 6시간 44분간 발언했다.
필리버스터 이후 민주당은 토론 종결 동의안을 제출했고, 시작 24시간이 지난 이날 오후 6시 30분께 토론 종결과 법안 표결이 차례로 이뤄졌다.
국회법상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서명으로 종결 동의가 가능하며, 이후 24시간이 지나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필리버스터는 종료된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 27일 표결 예정
정부조직법 통과 직후 국회는 방송통신위원회 폐지를 담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법'도 본회의에 상정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과방위 야당 간사인 최형두 의원을 첫 토론자로 내세워 다시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필리버스터가 시작되자 곧바로 토론 종결을 요구했다. 해당 법안에 대한 표결은 오는 27일 오후 7시 4분께 이뤄질 예정이다.
이 법안은 위원회를 위원장, 부위원장, 상임위원 1명, 비상임위원 4명 등 총 7인 체제로 구성하고, 대통령이 위원장 포함 2명을 지명하며 여야가 각각 2명과 3명을 추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방통위의 여야 3대2 구조는 4대3으로 바뀌게 된다.
법안이 통과되면 윤석열 정부 당시 임명돼 현 정부와 갈등을 빚어온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임기 종료로 해임된다.
여야 정면충돌…‘위인폐관’ vs ‘개혁 완수’
국민의힘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을 두고 특정 인사를 겨냥한 ‘위인폐관(爲人廢官)’ 입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법안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로 바꾸고, 심의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를 가능하게 하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민주당은 개혁 입법을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이른바 '살라미 전략'을 예고한 상태다.
국회법 개정안과 국회 증언·감정법 개정안도 이어서 처리할 방침이다.
한편,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개정안 처리 직후 "추석 귀향길에 검찰청 폐지 소식을 들려드리겠다던 약속을 지켰다"며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과 이재명 대통령의 개혁 의지가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