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언대]가을 산행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 더 조심

강복식 양양소방서장

늦더위가 이어지면서 올가을 설악산 단풍은 평년보다 일주일 이상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많은 등산객이 올해도 절경을 즐기기 위해 설악산을 찾겠지만 준비 없는 산행이나 안전 수칙 미준수는 추락·실족 등 크고 작은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각별한 경계가 요구된다.

최근 5년간(2019~2023) 자치도 소방 안전 데이터 분석에 의하면 산악사고의 원인은 사고 부상 27.8% (1,637건)과 일반 조난 27.4% (1,616건)이 전체의 55%를 차지했으며 사고 부상은 추락·실족 등이 75.4%(1,235건)로 가장 많았고 낙석·박빙이 3.4% (56건)이었다. 산악사고는 9~10월에 전체 건수의 34.5%(2,032건)가 발생해 가을철에 가장 많이 발생했으며 추락·실족 등 안전 수칙 미준수가 전체 건수의 75%를 차지해 무엇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지난 9월 6일 오후 1시12분쯤 양양군 서면 남설악에서 대청봉으로 산행하던 A 씨가 넘어져 얼굴을 다쳐 구조대원의 도움을 받아 병원에 이송됐고, 16일 오전 10시23분께 공룡능선 인근에서 60대 B 씨가 실종된 지 이틀 만에 60m 절벽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바 있다.

안전한 등산을 위해서는 산행 전 코스와 난이도 등 기본적인 사항을 숙지하고 출발 전 가벼운 스트레칭을 한 후에 산에 올라야 하며 주말에 등산이 예정되어 있다면 평일 주 2~3회 정도는 가벼운 유산소 운동으로 가볍게 체력을 단련해 놓아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산을 오르는 것보다 내려오기가 쉽다고 생각해 무리한 산행 계획을 세우는데 이는 하산 막바지에 이르러 체력 고갈로 이어져 다리가 풀려 실족이나 무릎 통증으로 이어지는 경우(산악사고의 대부분을 차지)가 많다. 하산 시에는 발목과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이 체중의 3배에 이르게 되므로 등산스틱 사용은 필수다.

내려올 때는 올라갈 때보다 스틱을 길게 잡고 하중이 손과 발에 분산되도록 하여 관절을 보호하고 보폭을 줄이고 천천히 걸어 발을 헛디딜 때를 대비해야 한다. 또한 이른 아침에 등산을 시작해 일몰 전까지는 하산할 수 있도록 여유 있는 산행 계획을 세우고 산속은 일교차가 크므로 비상식량과 여벌의 옷을 준비해 체온유지와 보온에 신경 써야 한다.

등산 중 가슴이 답답하거나 두통·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등산을 중단하고 휴식을 취해야 하며 정도가 심하면 119에 신고해 전문 산악구조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안전한 산행을 위해서는 단독산행을 될 수 있으면 피하고 미개방 등산로는 절대 진입하지 말아야 하며 산악위치표지판(국가 지점번호)이나 스마트폰에 강원 119 신고 앱을 설치해 신고하기 버튼만 누르면 신고자의 위치가 GPS를 통해 상황실에 자동으로 전송되므로 좀 더 빠르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우리 속담에 ‘산에 오를 때는 젖 먹던 힘, 내려올 때는 제 아비 힘’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산에 올라갈 때는 젖 먹던 힘까지 써야 하고 내려올 때는 조심하지 않으면 제 아비도 못 알아볼 정도의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유적인 표현이다. 하산 시 각별한 주의와 세심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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