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법정칼럼]공중협박죄와 공공장소흉기소지죄의 도입

이정준 춘천지방법원 판사

2023년경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지하철역에서 흉기를 이용하여 무차별적으로 인명을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후 온라인에는 유사한 범죄를 예고하는 글이 여러 건 게시되었고, 대형마트 등 공공장소에서 흉기를 이용하여 지나가는 사람들을 습격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였으며, 실제 흉기를 들고 현장까지 갔으나 미수에 그친 사건들도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장소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범행이 예고되고, 실제 범행이 현실화되자, 언제든지 공공장소에서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묻지마 범죄’라는 이름의 사회적인 공포가 확산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형사법령으로는 범죄가 발생하기 전에 이를 예고하는 행위나, 흉기를 소지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해 해석이 엇갈리거나 법정형이 낮다는 지적이 있었다. 형법은 어디까지나 사후적으로 실행행위를 처벌하기 때문에 강력범죄를 예방할 수는 없고,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더 큰 범죄로 확산될 수 있다는 이른바 ‘깨진 유리창 이론’이 대두되기도 하였다.

이에 최근 개정된 형법은 위와 같은 범죄로부터 공중의 생명·신체에 관한 안전을 보호하기 위하여, ‘폭행 등’이 현실화되지 않았음에도 선제적으로 ‘의사표시’나 ‘흉기 소지 등’을 처벌하는 내용의 공중협박죄(제116조의2)와 공공장소흉기소지죄(제116조의3)를 신설하였다.

먼저 불특정 또는 다수의 사람의 생명, 신체에 위해를 가할 것을 내용으로 공연히 공중을 협박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제116조의2 제1항, 공중협박죄). 형법상 협박죄에 관한 형법 제283조 제1항이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7 제1항 제3호와는 달리 위 조항의 신설로 게시글에서 대상으로 삼은 사람이 특정되지 않았다거나, 특정 상대방에게 반복적으로 도달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공중협박죄로 처벌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형법상 협박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기소될 수 없는데(형법 제283조 제3항), 공중협박죄는 실제 피해자가 특정되더라도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될 수 있다. 상습범은 가중처벌되고(형법 제116조의2 제2항), 미수범도 처벌된다(같은 조 제3항).

다음으로 정당한 이유 없이 도로·공원 등 불특정 또는 다수의 사람이 이용하거나 통행할 수 있는 공공장소에서 사람의 생명, 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흉기를 소지하고 이를 드러내어 공중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킨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형법 제116조의3, 공공장소흉기소지죄). 위 조항의 신설로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상 허가를 받은 도검도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공공장소에서 소지하고, 이를 드러낼 경우에는 공공장소흉기소지죄로 처벌될 수 있게 되었다.

신설된 공중협박죄와 공공장소흉기소지죄는 사회적인 위험 예방을 위하여 형법적 보호를 강력범죄 실행의 착수 이전 단계로 앞당기는 위험형법의 성격이 있다.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 취지를 달성하면서도 위험형법의 역기능을 방지하기 위해, 실무상 구체적인 조문의 해석 및 양형 등에 있어 비례성 원칙, 책임주의 원칙 등의 고려도 필요해 보인다. 공중협박죄는 2025. 3. 18.부터, 공공장소흉기소지죄는 2025. 4. 8.부터 시행되었는데, 시행일로부터 불과 반년 정도 지난 지금 벌써 다수의 범행이 적발되어 처벌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우리 사회가 위험형법이라는 제도적 방패도 필요한 사회가 되었음을 실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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