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오전 춘천의 한 택배사 물류센터에는 30여명의 직원들이 하차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평소 센터는 11톤 대형 트럭 3~4대와 5톤 메가트럭 4~5대가 물량을 내려놓지만, 이날은 5톤 메가트럭이 5차례나 추가로 들어올 예정이었다.
추석을 앞두고 배송물량이 평소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데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화재로 전산시스템이 마비되면서 우체국 택배 접수가 차질을 빚자 일반 택배사로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배송기사들은 끝없이 쏟아지는 택배 물량에 진땀을 흘리면서도, 분류를 마치자마자 숨가쁘게 트럭으로 옮겨가 박스를 싣는 등 동분서주 했다. 추석 연휴를 사흘 앞둔 택배 배송현장은 일찌감치 전쟁터로 변해있었다.
11년째 택배기사로 일하고 있다는 조모(56)씨는 “자동화 설비가 늘어나면서 매년 작업 여건은 좋아지고 있지만, 명절 물량은 여전히 감당하기 벅차다”며 “추석 성수기에 갑작스러운 사고로 물량이 급증하면서 새벽부터 나와 하루 두 번 배송을 돌아야 할 때도 있다”고 전했다.
우체국 대신 일반 택배사를 찾는 고객들도 걱정과 우려의 소리가 이어졌다.
속초에 거주하고 있는 김지연(여·28)씨는 “전북에 살고 계시는 시부모님이 추석 연휴 여행을 가시면서 들기름과 고춧가루를 택배로 보내셨다”며 “평소 이용하던 우체국이 아닌 일반 택배사를 이용했는데 연휴 전에 도착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택배업계는 이번 주 집하 마감이 끝나면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평소에도 추석과 설에는 명절을 전후 해 10여일 동안 택배 물동량이 평상시 보다 30~40% 증가하는 만큼, 배송 병목 가능성에 대한 경계도 하고 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연휴 직전까지 물량 증가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만큼, 기사들의 체력적 부담이 크다”며 “명절에는 부피가 크거나 무게가 많이 나가는 상품이 많아져 안전을 최우선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17일까지 추석 명절 특별관리기간을 운영하고, 영업점별로 건강관리자를 배치해 종사자의 건강 이상 여부를 매일 확인한다. 문제가 발견되면 즉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