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수소열차가 경원선 철원 백마고지~경기 연천 구간에 시범 도입된다. 지난 7년간 운행이 끊긴 이 구간의 숨통을 틔우는 일이자 강원특별자치도 철원지역에 있어 교통 인프라 전환의 신호탄이 될 수 있는 중대한 사업이다. 무엇보다 이번 실증 사업이 단발성 사업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철도 전철화로 이어지는 교두보가 돼야 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수소전기동차 실증 R&D 사업’에 따라 2027년부터 백마고지~연천(21㎞) 구간을 포함한 두 노선에 수소열차가 투입된다. 최고 시속 150㎞, 1회 충전 시 600㎞ 주행이 가능한 이 열차는 디젤열차를 대체하며 온실가스와 소음을 줄이는 친환경 교통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철원 주민들은 조용하면서도 빠른 교통편을 누릴 수 있게 될 전망이며, 이는 철원과 수도권 남부를 잇는 접근성 개선으로도 연결된다.
중요한 것은 이번 사업이 단순히 ‘시험 운행’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점이다. 수소열차 도입이 본격적인 교통 패러다임 전환의 마중물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우선, 수소열차 운행에 필요한 충전 인프라와 정비 시스템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 친환경이 아무리 우수하더라도 안정적인 운영 기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교통 수단으로 자리 잡기 어렵다. 그리고 철원 주민의 실질적인 이동 편의를 고려한 운행 스케줄과 노선 운영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열차가 빠르기만 하고 이용하기 불편하다면 주민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수소열차의 기술적 실증이 지역사회 실생활 개선으로 연결되려면 수요 조사, 지역 협의, 지속적인 피드백 시스템이 필수다.
또 무엇보다도 궁극적인 목표는 ‘전철화’에 있다. 철원~연천 구간의 전철화가 실현되면 수도권 1호선과의 연계가 가능해져 철원 발전의 결정적 전기가 마련된다. 지역경제는 물론 관광 활성화, 인구 유입 등 여러 측면에서 전철화의 파급 효과는 막대하다. 이 사업에 필요한 예산은 약 1,800억원으로 추산되며, 국비 확보와 중앙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절실히 요구된다. 특히 철원이 지닌 지리적,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하면 경원선 철도망의 현대화는 지역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군사적 상징성이 짙은 백마고지를 비롯해 천혜의 자연환경을 간직한 철원은 더 이상 고립된 접경지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발전의 거점이 될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 이번 수소열차 실증 사업이 철원의 교통 인프라를 21세기형으로 재구성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