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4일 일본 히로시마 에디온 피스 윙 스타디움 앞 광장에 모인 ‘강원이 나르샤 응원단’의 첫 반응은 비슷했다.
“와… 이게 진짜 축구장이구나.”
지난해 2월 개장한 2만8,000여석 규모의 전용구장에 처음 발을 들여놓는 순간, 축구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감탄이었다. 관중석과 그라운드는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웠고, 소리는 곧바로 경기장 전체를 휘감았다. 응원은 퍼지는 것이 아니라 꽂히는 느낌이었다. 그날 히로시마의 저녁은 축구라는 스포츠가 가장 잘 어울리는 공간이 무엇인지를 또렷하게 보여줬다.
그 감탄은 단순한 시설에 대한 부러움으로 끝나지 않았다. ‘왜 우리는 아직 이런 경기장을 갖지 못할까’라는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강원FC는 지금도 홈경기를 춘천과 강릉에서 나눠 치른다. 내년 K리그1은 강릉 단독 개최로 정리됐지만 ACL2 진출이 사실상 가시권에 들어온 상황에서 아시아 무대 홈 일정은 다시 불투명해졌다. 시즌마다 경기장이 달라지는 구조 속 이동 거리와 훈련 환경, 팬 동선까지 어느 하나 안정적으로 축적되지 못한다. ‘홈’이라는 개념이 흐릿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 결과 시즌이 거듭될수록 “홈 어드밴티지를 누리지 못한다”,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는 반복됐다.
2022년 전용구장 백지화를 발표하며 강원도는 ‘도민 일체감 조성과 지역 화합’이라는 강원FC 창단 취지에 따라 홈경기를 기존처럼 순회 개최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지난 3년의 시간은 과연 그 취지에 부합했는가. 경기장이 분산된 구조 속에서 도민의 일체감은 얼마나 축적됐고, 지역 간 화합은 실제로 얼마나 진전됐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히로시마 원정길에서 마주한 주황빛 물결은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수백여명의 강원 팬들이 바다를 건너 응원을 왔고, 일본 현지인들조차 그 열기에 발길을 멈췄다. ‘응원 열기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증명됐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 이 열정을 담아낼 ‘집’이 있는가다.
전용구장은 팀의 분위기를 설계할 수 있는 무대다. 그리고 이 요소는 성적과도 맞닿아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 FC의 홈구장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은 한때 ‘세계에서 가장 큰 도서관’으로 불릴 만큼 조용한 곳이었다. 전환점은 미켈 아르테타 감독 부임 이후였다. 그는 경기장의 공기를 바꿨고, 새로운 응원가 도입과 함께 팬들에게 더 큰 목소리를 요구했다. 그 결과 에미레이츠는 현재 원정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무덤’으로 불린다. 홈의 에너지는 곧 경기력으로 이어졌고, 아스널의 성적 역시 그 흐름 속에서 반등했다.
축구전용구장은 사치가 아니다. 성적을 담보하는 마법의 해법도 아니다. 다만 팀의 경쟁력을 증명할 수 있는 하나의 조건이다. 강원FC가 지역의 자산이자 명문구단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언젠가 반드시 넘어야 할 문이다.
히로시마에서의 감탄이 부러움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우리도 갖고 싶다”는 말이 아니라 “이제는 가져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져야 한다. 강원의 축구가, 나아가 강원 체육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전용구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숙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