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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영포티’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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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남원 기자

볼캡 모자에 영문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 청반바지에 유명 메이커 운동화를 신고 있는 40대로 추정되는 남성. 숄더백을 어깨에 걸치고 있고, 양손에는 최근 출시된 주황색의 스마트폰과 유명 브랜드가 큼지막하게 새겨진 쇼핑백을 들고 어정쩡하게 서 있는 모습의 그림이 핫하다. 요즘 뜨고 있는 ‘영포티(Young-Forty)’ 밈의 대명사로 온라인상에서는 영포티 분류법 등 다양한 밈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영포티가 처음 등장한 시기는 2015년쯤으로 파악된다. 마케팅 시장에서 소위 ‘X세대’로 불리는 1970년대생들이 40대에 진입하면서 경제적 여유를 토대로 한 막강한 트렌드 소비력을 유통업계가 주목하기 시작하면서다. 이 같은 내용만 놓고 보면 꾸준한 자기계발과 건강관리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40대가 트렌드 소비에 진심이고, 유통업계가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10년여 만에 다시 회자되는 영포티는 원래의 의미와는 다르게 사용되는 듯 하다. ‘젊은 척하는 중년’이라는 조롱으로 변질됐고, 젊은 여성에게 과도하게 친근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비꼬는 ‘스윗 영포티’라는 표현도 등장할 정도다. ▼젊은 감각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40대를 뜻하는 ‘영포티’는 왜 세대갈등의 중심으로 부각됐을까. 외환위기 등 경제위기 속에서 학창생활과 사회 초년병을 거치며 경제적 부흥기를 맞은 40대는 이제는 사회에서 중간 관리자로서 역할을 맡고 있다. MZ(밀레니엄세대) 문화를 수용해야 하면서도 기성세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사회 구성원 속의 ‘낀 세대’라 할 수 있다. 위아래로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에서 그저 열심히 일한 대가로 자신의 가치를 표현하는 일에 대해 조롱받을 이유는 없다. ‘세대 갈라치기’ 밈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대문호 괴테는 말한다. “큰일을 성취하려면, 나이를 먹어도 청년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40대는 ‘영포티’ 조롱에 개의치 말길, 그리고 외모의 청춘만큼 내면을 젊게 만들어 가는 일에 최선을 다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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