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35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10·29 이태원 참사의 원인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이와 관련한 감사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국무조정실은 새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7월 23일부터 경찰청·서울시청·용산구청에 대한 정부 합동감사를 실시, 참사 당시 이태원 일대에 경찰 경비 인력이 충분히 배치되지 않은 데에는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국무조정실은 우선 "예견된 대규모 인파 운집에 대한 경찰의 사전 대비가 명백하게 부족했다"며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이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참사 당일 대통령실에는 인근 집회 관리를 위한 경비인력이 집중적으로 투입됐으나 이태원 일대에는 전혀 배치되지 않았고, 당시 경찰 지휘부 역시 이 점을 알면서도 의문만 표할 뿐 대책을 강구하지 않았다는 게 국무조정실 설명이다.
국무조정실은 "실제로 대통령실 용산 이전 이후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지휘부는 대통령실 인근 경비에 우선순위를 두고 인력을 운용했다"고 전했다.
고정삼 경찰청 감사관은 브리핑에서 "당시 그런 소문은 많았으나 이번 감사를 통해 수치상 구체적으로 확인됐다"며 "이번 감사는 (경찰의) 사전 대비와 경력 운용, 후속 조치까지 훑어서 참사 진상을 규명하고자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2022년 5월 1일부터 10월 30일까지 용산서 관내 집회·시위는 총 921건으로, 전년 동기 34건 대비 약 27배로 증가했다. 평균적인 경찰 기동대 투입 인원도 늘었다고 한다.
경찰이 참사 후속 조치로 2022년 11월부터 1년간 실시한 특별감찰도 부적절했다는 판단이 나왔다.
당시 특별감찰팀이 수사 의뢰 외 공식적인 감찰 활동 보고서를 남기지 않고 활동을 종료했고, 인수인계도 제대로 하지 않아 참사 책임자가 징계 없이 정년퇴직하도록 방치했다고 국무조정실은 지적했다.
서울시나 용산구 등 지자체의 대처 역시 부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무조정실은 "용산구청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으며 재난 수습 과정에서도 관련 규정이 준수되지 않는 등 총체적 부실 대응이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재난 발생 초동 보고체계가 작동하지 않았고 재난안전대책본부 설치, 현장통합지원본부 가동 등 후속 조치도 지연되거나 아예 이행하지 않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의 경우 참사 발생 및 대응에 책임이 있는 이들에 대한 징계 등 후속 조치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감사원은 결론 내렸다.
2023년 5월 용산구청의 징계 요구를 받고도 공식 절차 없이 내부 보고만으로 징계를 보류했고, 결국 당사자는 아무런 징계 없이 정년퇴직했다는 것이다.
용산구청도 경찰로부터 직무상 비위자 7명을 통보받았으나 현재까지 아무런 징계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무조정실은 "이번 감사를 통해 참사 대응에 책임이 있거나 책임자 징계 등 후속 조치 과정에서 비위가 확인된 경찰, 용산구청, 서울시청 관련자 62명에 대해 책임에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 대부분은 이번 합동 감사에서 새로 비위가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영석 국조실 공직복무관리관은 "(62명 중엔) 굉장히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분도 있고 상대적으로 경미한 규정 위반 사례도 있다"며 "구체적 조치는 행안부와 경찰청에서 검토하고 최종적으로는 징계위에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합동 감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사회적 참사 유족을 만났던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 행사에서 징계 시효(3년)가 지나기 전에 감사해달라는 이태원 참사 유족의 요청을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데 따른 것이다.
이태원 참사 이후 용산구청에 대한 감사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무조정실은 "유가족과 국민의 의혹 해소 측면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가 이날 발표한 이태원 참사 합동감사 결과에 대해 유가족 단체들은 "만시지탄이나, 진상규명 단초를 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논평을 내고 "늦어도 너무 늦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정부가 참사의 진상규명 일환으로 감사를 실시해 참사 당시 경찰과 지자체의 불합리한 행정과 문제점들을 명확히 하고 이를 바로잡고자 한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정부의 이번 합동감사를 통해 확인한 것은 지난 3년간 정부가 제대로 된 감사를 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참사의 책임을 미루고 회피하기만 했을 뿐, 159명의 희생 앞에 어떠한 죄책감도 없었고 진상규명에 대한 책임감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쉬운 점은 참사의 원인과 지자체의 대응에 대해서만 감사가 이뤄졌을 뿐이란 점"이라며 "재난대응 지휘체계의 상부인 행정안전부가 왜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하지 않았는지, 또한 소방의 구조 구급 활동에서 미흡함은 없었는지 등 재난 대응 및 사후 수습 과정에 대한 감사도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