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산업혁신·인구정책이 성패 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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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특별자치도의 미래 경제는 이미 정해진 운명이 아니다. 2045년 지역내총생산(GRDP)이 94조 원에 머물지, 192조 원에 이를지는 지금의 정책 선택과 산업 혁신의 성패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구 절벽의 그늘 … 생산연령인구 20년간 35% 급감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강원도 인구는 2022년 153만 명에서 2045년 141만~150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경제활동의 핵심축인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35% 이상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2022년 100만명 안팎이었던 강원특별자치도 생산연령인구는 60~65만명 사이에 머문다는 예측이다. 이는 전국 평균 감소폭(약 23%)보다 훨씬 가파른 수준이다. 반대로 고령인구 비중은 2025년 24%에서 2045년 38% 이상으로 높아져 전국 최고 수준의 초고령 사회가 된다. 노동력 부족, 내수 축소, 지방재정 악화라는 삼중고가 현실화될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이러한 인구 구조 변화가 향후 경제성장의 가장 큰 제약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년층 인구 유출이 가속화될 경우, 산업혁신 노력도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산업 구조의 불균형 … 서비스업 74%, 제조업은 5%에 불과

현재 강원 경제의 체질은 전국 평균과 큰 격차를 보인다. 2023년 기준 강원도의 GRDP는 62조 1,000억 원으로, 실질성장률 2.7%를 기록해 전국 평균(1.4%)을 크게 웃돌았다. 그러나 산업 내부 구조는 취약하다. 제조업 비중은 5%에 불과해 전국 평균(28%)과 5배 차이가 난다. 반대로 서비스업 비중은 74%로 지나치게 높아 외부 충격에 흔들리기 쉽다. 보고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5+1 첨단전략산업 클러스터’ 육성을 제시했다. 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 모빌리티, 수소에너지, 푸드테크, 그리고 ICT 산업을 결합해 2032년까지 제조업 GRDP를 20조 원으로 끌어올리고, 제조업 비중을 15% 이상으로 확대하는 청사진이다. 이는 단순한 산업 다각화가 아니라 수도권 인재 유치와 정주 여건 개선을 동반해야 실현 가능하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AI 기반 3대 시나리오 … 낙관적 미래는 192조 원

이번 전망은 단순한 통계 연장이 아니라 AI 딥러닝 기반의 예측 모델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보고서는 장기간 시계열 데이터와 뉴스 텍스트 데이터를 결합해 경제 심리를 반영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낙관적 시나리오는 산업혁신이 본격화되고 인구 유입이 성공할 경우, 연평균 4.8% 성장으로 2045년 GRDP는 192조 원에 달한다. 제조업 비중은 15% 이상으로 확대된다.

현상황과 변동이 거의 없는 기준 시나리오에서 일부 산업 개선과 인구 감소가 중위 수준으로 진행되면, 연평균 3.5% 성장에 그쳐 138조 원 수준에 머문다.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산업 다각화 실패와 인구 급감이 겹치면, 연평균 2.1% 성장에 그쳐 94조 원에 불과하다.

보고서는 이 같은 전망을 두고 “강원경제는 지금 기로에 서 있으며, 정책의 속도와 범위가 미래를 좌우한다”고 결론지었다.

제주·플로리다 사례 … 인프라와 지속가능성이 관건

국내외 사례는 강원도에 중요한 교훈을 던진다. 제주특별자치도는 국제자유도시 전략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5배 늘었지만, 교통 인프라 확충 지연과 규제 불확실성으로 최근 2년간 GRDP가 뒷걸음질쳤다. 2024년 2분기 GRDP는 전년 동기 대비 –3.7%를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미국 플로리다 키스는 연간 300만 명 관광객이 방문하고, 관광소비액이 35억 달러(약 4조 5,000억 원)에 달한다.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도 관광세를 재투자해 주민 소득과 환경 보호를 동시에 달성한 모델이다. 보고서는 “강원도 역시 DMZ·설악산·동해 자원을 브랜드화하고, 지역 주민과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네 가지 해법 … 첨단산업·인구 유입·관광 고도화·광역 교통망

보고서는 강원의 미래를 좌우할 정책적 우선과제로 네 가지를 꼽았다.

첫째, 첨단산업 생태계 구축이다. 강원형 벤처펀드를 1,500억 원에서 1조 원 규모로 확대하고, 반도체·바이오헬스 등 전략 산업에 R&D부터 금융·인재까지 ‘완결형 생태계’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공격적 인구 유입 전략이다. 수도권 핵심 인재를 대상으로 주거·교육 특례를 제공하고, 원주·춘천에 ‘테크밸리’를 조성해 스타트업과 연구인력을 끌어들여야 한다.

셋째, 관광산업 질적 고도화다. DMZ 평화관광, 웰니스·MICE 산업을 중심으로 관광지출 단가를 현재보다 1.5배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넷째, 광역 교통망 조기 완성이다. 춘천-속초 동서고속철도, 제2경춘국도, 영월-삼척 고속도로를 조기에 개통하고, GTX를 춘천·원주까지 연장해 강원도가 명실상부 수도권 생활권으로 편입돼야 한다.

결국 강원도의 2045년은 ‘94조 원의 저성장 늪’이 될 지, ‘192조 원의 번영의 땅’이 될지가 오늘의 정책 선택과 실행 속도에 달려 있다. 산업혁신과 인구 유입, 교통망 확충, 관광 고도화라는 네 축을 동시에 밀어붙이지 못한다면 강원도는 수도권과의 격차를 더욱 벌릴 수밖에 없다. 반대로 기회를 잡는다면, 강원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김재진 강원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첨단산업 R&D 투자 규모의 1조 원 이상 확대, GTX의 춘천·원주 연장, DMZ·설악산·동해 국제 브랜드화와 체류형 관광산업 고도화 등이 함께 이뤄진다면 2025년 강원도는 192조원의 경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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