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창간 8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강원일보가 태어난 1945년 10월 24일은 전후 국제평화와 국제협력을 위한 국제연합이 출범한 날이기도 합니다. 광복의 감격이 채 가시지 않아 새 시대 새 나라를 위한 민족적 에너지가 충만하던 때였습니다. 일제가 강제 폐간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조차 아직 복간되지 않은 시절이었습니다.
그러한 시기에 조선건국준비위원회의 젊은 지식인들이 중심이 된 문화동지회가 ‘팽오통신’을 발행하여 지역민중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했던 것이 강원일보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창간 이듬해인 1946년 12월 ‘신의주 반공학생 시위’ 첫 보도는 강원일보의 성가를 전국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신문은 단순한 정보의 전달자를 넘어 시대의 기록자이기도 합니다. 언제나 지역민들과 함께 호흡해 온 강원일보의 80년 지면은 곧 강원도의 가장 생생한 현대사 기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직도 분단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대한민국의 가장 치열한 현대사 기록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강원일보의 역사에는 시대의 격랑 속에서도 언론의 본령을 지켜온 수많은 언론인들의 헌신이 스며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2대 사장 김진만 선생은 강원일보의 기틀을 다진 인물로, ‘진실 보도’와 ‘지역 발전’을 언론의 두 축으로 제시했습니다. 그는 언론의 사명은 단순한 뉴스 전달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등불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몸소 실천했습니다.
이러한 선배 언론인들의 정신은 오늘날까지 강원일보의 정체성과 보도철학 속에 살아 있습니다. 강원일보의 80년사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자 지역사회의 공공재로서, 언론의 가치와 사명을 실천해온 기록입니다. ‘미 공군 독도 오폭사건’ 등 역사적 진실을 복원한 보도에서부터 ‘광부엄마’, ‘납북 귀환 어부 간첩 조작 사건’ 등 주민밀착형 탐사보도에 이르기까지, 강원일보는 지역언론을 넘어 한국 언론의 모범적 모델로 자리해왔습니다.
강원일보는 지역 곳곳의 목소리를 담아내며, 주민들의 생업과 공동체의 변화를 기록해왔습니다. 도민들이 제보하고 참여하며 만들어온 기사는 곧 지역사회의 역사이자 시민언론의 토대였습니다. 강원일보의 진정한 힘은 권력이 아닌 독자에게서, 화려한 구호가 아닌 생활 속 신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제 강원일보는 축적된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할 것입니다. 우선 지역공동체의 연결망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강화할 것입니다. 지역 축제, 문화예술, 교육 등 공동체의 활동을 꾸준히 조명함으로써 지역민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습니다. 국가와 지방을 잇는 커뮤니케이션의 플랫폼이 될 필요도 있습니다. 지역의 현실과 민의를 대변하고, 지역 의제를 국가 의제로 확장시키는 일이 균형발전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지역 언론의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인구 감소, 산업 침체, 디지털 격차 등으로 그 토대부터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언론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지속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합니다.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뉴스 사막화'를 국가적 위기로 인식하고 지역 언론 활성화를 위해 체계적이고 다양한 지역 지원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우리도 참고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언론 스스로가 “좋은 저널리즘이 곧 좋은 비즈니스”라는 원칙을 지켜내야 합니다. 강원일보는 지난 세월 그 원칙을 여실히 증명해왔고, 앞으로도 지역의 변화를 선도하며 대한민국 언론의 공공성과 혁신을 함께 구현해 나갈 것입니다. 강원일보 창간 8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진실과 신뢰의 언론으로서 더 큰 비상을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