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빨리 살기보단 천천히 오래 삶을 가꾸는 것이 진짜 경영

◇이형삼 대표. 사진=이은호기자

◇이현삼 대표
◇이현삼씨와 가족들, 공작산 계곡에서

“빨리 살다 보니 정말 빨리 죽을 뻔했죠.”

주방용품 ‘해피콜’ 창업자 이현삼(64)씨는 이제 홍천 공작산 자락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간다. 한때 홈쇼핑에서 1시간 만에 1만개를 팔아치운 ‘양면 프라이팬’의 주인공이었다. 이씨는 흙과 나무, 태양광을 벗 삼아 하루를 채운다. 창간 80주년을 맞은 강원일보에서 의제로 설정한 ‘농촌에서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도시에서의 성공 대신, ‘천천히 오래 가는 삶’을 선택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양면 프라이팬 신화’의 주인공=이현삼씨의 첫 무대는 성공가도를 달리는 듯 사업가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경남 거창에서 태어난 그는 2001년 주방용품회사 ‘해피콜’을 창업했다. 붕어빵 기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양면 프라이팬’을 개발했고, 이 제품은 전국적인 돌풍을 일으켰다. 홈쇼핑 방송 1시간 만에 1만개가 팔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7년간 매출 1,800억원, 순이익 200억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성공의 그림자가 찾아왔다. 이씨는 파업, 세무조사, 검찰조사까지 겹치며 몸과 마음이 망가졌다. 매출은 올랐지만 수면약이 아니면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망가져 내리막길을 걸었다.

결국 그는 2016년 회사를 1,800억원에 매각했다. 화려한 경영자의 자리에서 물러나며 완전 다른 길인 ‘귀촌’을 마음 먹었다. 이현삼씨는 그때 “빨리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오래가는 게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고 홍천에서 살기로 다짐했다.

■청년 귀농은 배우면 기회·은퇴 후 귀촌은 삶의 여유=그는 은퇴 세대뿐 아니라 젊은 세대의 귀농을 추천했다. “요즘 농촌은 지원제도도 많고 기계화도 잘 돼 있어 배우기만 하면 도시보다 훨씬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다만 청년 귀농에 대해서는 신중함을 당부했다. 농업은 제대로 공부하고 배워야 한다. 농업 기술과 경영 감각을 갖추면 만족할 만한 돈을 벌고 명예도 얻는 청년 농부가 될 수 있다.

은퇴 세대에게는 귀농·귀촌을 강력 추천했다. “게으른 사람도, 부지런한 사람도 자기 속도로 살 수 있는 곳이 시골”이라며 “농촌에는 일손이 부족해 용역만 나가도 하루 15만원을 벌어 한 달을 충분히 살 수 있고 돈보다 여유로움을 찾을 수 있죠.”

■공작산 농부로 귀촌생활 인생 2막=이현삼씨는 2015년 홍천 공작산 자락에 터를 잡고 다섯 형제와 ‘공작산 공동체’를 꾸렸다. 그는 형제 중 셋째지만 ‘공작산 공동체’의 실질적인 맏형이다. 형제들은 이씨를 따라 모두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이곳에서 10년째 함께 살고 있다. 오형제는 각자 태양광 발전, 소규모 농사, 용역 일 등을 병행하며 자급자족하며 지내고 있다.

“여긴 싸울 일이 없어요. 도시처럼 경쟁이 없고, 돈 때문에 다투지도 않아 각자 먹을 만큼 농사지으니 욕심 내며 사고칠 염려도 없습니다.” 91세 노모와 함께 사는 공작산 공동체는 매년 김장 축제와 체육대회를 열며 결속을 다진다. 귀농은 돈 벌러 오는 게 아니라는 그는 도시에서의 욕심을 내려놓으니 비로소 자연이 주는 평온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진짜 부는 돈보다 자연·가족·건강=이씨가 말하는 ‘진짜 부자’는 재산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돈이 아니라 자연, 가족, 건강이 진짜 부입니다. 도시에서는 늘 잠이 부족하고, 스트레스에 쫓겼지만 이젠 하루 해가 기준이에요. 채소도, 사람도 해가 뜨고 지는 시간에 맞춰 자랍니다.”

그는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바쁜 귀촌 생활 속에서도 “자연은 성실한 사람에게만 보답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빨리 가는 인생보다 오래가는 인생을=“빨리 살다 보니 정말 빨리 죽을 뻔했죠. 이제 천천히, 오래가는 게 목표입니다.” 그는 귀촌 이후 약보다 자연이, 경쟁보다 평온이 최고라는 것을 온몸으로 체득했다. 공작산 햇살 아래에서 흙을 일구는 그의 손에는 여전히 기업가의 추진력이 남아 있다. 다만 그 방향이 바뀌었을 뿐이다.

“이제 돈 버는 일 대신 삶을 가꾸는 일을 합니다. 그게 제가 배운 진짜 경영이에요.”

■강원지역 귀농·귀촌 증가 추세=도내 귀농·귀촌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 2020년 귀농 1,324명, 2021년 1,442명, 2022년 1,254명, 2023년 951명, 2024년 717명이다. 2020년 귀촌 3만2,072명, 2021년 3만478명, 2022년 2만7,052명, 2023년 2만4,280명, 2024년 2만5,384명으로 집계됐다.

도와 18개 시·군은 귀농·귀촌인들과 농촌지역 내 도시민 유치를 위해 맞춤형 지원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10개 시·군을 대상으로 사업비 22억5,000만원을 투입, 강원에서 살아보기·귀농귀촌 상담센터 운영·지역융화 체험 등을 지원했다. 내년에도 지속적인 상담·체험 확대와 홍보 강화를 통해 도시민의 농촌 정착률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강원자치도 농정과 관계자는 “도시민이 강원 농촌을 직접 체험하고 안정적으로 정착하도록 현장 중심의 실질적 지원을 하고 농촌지역 소멸 대응에 중요한 기반이 되도록 지속가능한 정책을 추진해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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