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농촌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 여파로 몸살을 앓고 있다. 농번기마다 국지성 가뭄과 집중호우, 폭염이 일상화되고 있으며, 장기화된 가을장마와 평균 기온 상승으로 인한 각종 병충해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농작물의 작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봄철 개화기 이상 고온 현상이 반복되면서 병원균 확산에 유리한 생태 환경이 형성되었고, 그 결과 치료제가 없어 감염 시 전량 매몰해야 하는 과수화상병의 발생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4년6개월간 연도별 도내 과수화상병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2021년 6건(1.5㏊), 2022년 4건(1.7㏊), 2023년 11건(3.8㏊), 2024년 8건(5㏊), 2025년 6월 기준 6건(3.1㏊)으로 피해 농가 발생이 매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여름 강릉지역을 중심으로 폭염과 가뭄이 장기화되면서 농작물 피해가 극심했던 것은 곱씹어볼 대목이다. 올 8월 강릉의 평균기온은 29도로, 5년 전인 2020년 8월(27도)보다 2도 높았고, 폭염일수 또한 18일에 달해 최근 10년 평균(7.9일)을 두 배 이상 웃돌았다. 게다가 강릉은 108년 만의 최악의 가뭄을 겪으며 국가 재난사태까지 선포됐다. 이처럼 최악의 가뭄 여파로 올여름 강릉지역을 중심으로 농작물 피해는 눈덩이처럼 늘어났다.
이상 기후의 여파는 여름철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 가을장마가 길어지면서 도내 벼 재배농가에서는 벼 수발아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도내 벼 수발아 피해를 입어 공공 수매를 한 벼물량은 261.4톤에 달했고, 올해도 강릉지역을 중심으로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지구온난화 여파로 강원지역의 기온 상승세는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인제군을 예로 들어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연평균 기온은 2020년 11.2도에서 2024년 12.5도를 기록해 1.3도나 상승했다. 이는 기후변화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장기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강원농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기후위기 대응형 구조로 조속히 전환해야 하며,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이 제언한다.
첫째, 지역 특화작물의 체계적 육성과 신품종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우선, 기온 상승으로 인해 사과 등 주요 과수의 재배 적합지가 북상하고 있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기후변화에 체계적인 대응을 위한 고품질 과수 산업의 새로운 거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신기술 보급과 유통 선진화 및 브랜드 육성에 힘써야 한다. 동시에 병충해와 기후변화에 강한 신품종 개발을 통해 농가 소득 향상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둘째, 기후대응형 농업관계시설 확충은 시급한 과제다. 농업은 자연에 의존하는 산업이다. 따라서 저수지와 지하수를 연계한 복합 용수공급 시스템을 구축하고, 소규모 농가에도 물순환형 관수시설을 지원해야 한다. 또한 노후화된 저수지와 용수로 보강, 배수시설 개선, 자동화 물관리 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지역별 특성에 맞는 물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제도적 안전망을 한층 두텁게 갖춰야 할 것이다. 농작물재해보험의 대상 품목을 확대하고, 피해율 기준을 완화해 실질적인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가뭄, 폭염 등 간접 피해에 대한 인정 기준을 현실화하고, 보상 절차를 간소화해 피해 농가가 신속히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