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산불 대응 혁신,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이상익 북부지방산림청장

올해 3월 영남지역에서 발생한 동시다발적 산불은 초속 27.6m의 태풍급 돌풍을 등에 업고 서울의 약 1.7배에 달하는 10만4,000㏊의 산림을 태웠다. 187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주택 3,800여동이 피해를 입은 역대 최대규모의 산불이었다. 2023년 캐나다에서는 1,500만㏊의 산림이 산불로 사라졌고 ‘State of Wildfires 2024-2025’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인도 면적보다 넓은 3억7,000만㏊의 산불 피해가 발생했다고 한다. 이처럼 인류가 대형산불의 위협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많은 전문가가 산불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한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050년까지 대형산불이 최대 30%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고온과 건조일수 증가로 산불은 더 자주, 더 크게 발생하고 있다. 선제적이고 합동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 산림청은 산불 예방·산불대응·산림관리 전 단계를 혁신하는 범정부 차원의 ‘산불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지난 대형산불을 통해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산불 대응의 성패는 초기진화에 달려 있고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산림청은 초동진화 역량을 꾸준히 강화해 왔지만 고속・대형화되는 산불에 대응하기 위해 속도・규모・지휘체계 전반을 한 단계 높였다. 한마디로 산불 발생 즉시 가용자원을 총동원한 강력한 초기진화로 산불 확산을 조기에 차단한다.

헬기 투입 시간을 기존 50분 내외에서 30분 이내로 단축하고 군 헬기 41대를 즉응전력으로 편성해 산불 발생 시 즉시 투입할 수 있게 했다. 산불 진화 전문인력을 확대하고 민간 전문인력도 활용한다. 야간산불 대응을 위한 야간신속대응반도 연중 운영한다. 여기에 AI・첨단장비 기반 산불 확산예측 시스템 고도화로 기상・지형・최대 순간풍속을 반영한 실시간 분석을 실시한다. 이를 통해 진화 자원 배치를 과학적으로 조정하고 주민 대피를 선제적으로 유도할 수 있게 됐다.

산림청장의 신속한 초기 지휘도 가능해졌다. 지금까지는 피해 면적이 1,000㏊ 이상인 산불에만 개입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소규모 산불이더라도 재난성 대형산불이 우려되면 산림청장이 현장을 지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로써 재난 대응의 속도와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예방과 복구의 접근법도 달라졌다. 통계에 따르면 절반 이상의 산불이 산림 인접지에서 발생한 불씨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산림청은 이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산불 발생 위험지역의 산림과 건축물 사이에 25m 이상의 공간을 두게 하고 봄철에 집중적으로 지원하던 영농부산물 파쇄를 가을철 수확기 이후까지 확대한다. 또 산불조심주간을 신설하고 산림 내・외 불법행위에 대한 벌칙과 과태료를 대폭 상향했다. 더불어 국민과 첨단기술이 함께하는 산불감시체계를 구축해 산불 발생 자체를 줄이고 있다.

피해 지역을 복구할 때는 단순 조림에서 벗어나 지역 특성과 피해 정도에 따라 자연복원・생태복원・조림복원을 병행하고 자연력을 최대한 활용한다. 나무가 빽빽하고 침엽수만으로 이뤄져 산불에 취약한 숲은 숲 가꾸기, 활엽수 혼합 식재 등을 통해 재난에 강한 숲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국토의 63%는 산림으로 이뤄져 있다. 산불 대응은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니라 국가안보와 국민 안전의 문제다. 산림은 기후위기를 완화하는 탄소흡수원이자 국민의 휴식처이며 지역경제 활성화의 기반이다. 이 거대한 자산을 지키기 위해 산림청은 산불 예방・대응・복구 전 단계를 아우르는 혁신으로 산불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실현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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