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에 보존된 아인슈타인의 사물함 앞에서 한 학생이 말했다.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그 말속엔 단순한 감상이 아닌 경외와 각성이 응축돼 있다. 화천 청소년들로 구성된 해외연수팀이 만난 건 물리학자의 유산이 아니라 사유의 깊이였다. 갈릴레오가 1589년 자유낙하를 실험한 피사의 사탑을 비롯해 인류를 구한 페니실린의 발견지, 세계 명문대의 서재. 작은 고장의 아이들은 그곳에서 ‘공부’가 아닌 ‘학문’의 무게를 마주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일만큼 값진 교육은 없다. 예로부터 ‘견문사천리(見聞四千里)’라 했다. 시험지를 벗어난 아이들은 유럽의 골목에서, 도서관의 먼지 쌓인 책장에서 삶의 이정표를 찾았다. 토론토에서, 옥스퍼드에서, 베를린에서, 뮌헨에서, 암스테르담에서 스스로 짠 일정표대로 문화와 역사 현장을 찾아 걸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닌, 알고 싶어서다. 그 자발성이 진짜 배움의 문을 열었다. 교과서엔 담기지 않는, 그러나 삶을 바꾸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공교육이 품지 못하는 교육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책상과 칠판 그리고 반복되는 시험 대신 삶의 현장에서 배운 경험은 오래 남는다. 세계 100대 대학, 고서 냄새 가득한 도서관, 거리에서 만난 언어와 문화 등 모두가 하나의 학교다. 동행인으로 나선 화천의 지원도 이채롭다. 행정이 교육을 좇는 게 아니라 앞서 끌고 가는 모습은 드물고 귀하다. 단순 체험을 넘어선 철학과 정책이 어우러진 결과다. 이는 지역이 미래를 준비하는 방식의 전환이다. ▼화천의 청소년 해외연수 프로그램은 단발성 체험이 아니라 지속된 정책이다. 10년 가까이 이어진 이 시도로 400명이 넘는 학생이 ‘세계’를 가슴에 품고 돌아왔다. 유학 지원까지 마다하지 않는 인재육성 의지는 ‘출신지’가 삶의 크기를 결정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의 선언이다. 화천군은 단순 보조금이 아니라 가능성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접경지역, 최전방 화천에서 출발한 아이들이 세계를 마주한 지금, 필요한 건 계속된 투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