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접경지역 규제 완화, 말이 아닌 실천으로 이어져야

금강산 관광 중단 등으로 민생 경제 위축
예비타당성 조사, 지역이 처한 특수성 반영을
국방부 정책, 주민 생활 여건 고려해야 할 때

남북 관계가 경색된 세월이 길었던 만큼, 그 여파를 가장 직접적으로 겪는 곳은 언제나 접경지역이었다. 금강산 관광 중단, 개성공단 폐쇄 등 남북 교류의 단절은 곧바로 지역경제의 위축으로 이어졌고, 그 고통은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이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대북 평화 정책 기조가 새롭게 제시되고, 이를 계기로 접경지역의 발전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은 시의적절하다.

지난 3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2025 접경지역 발전전략포럼’은 단순한 담론 정도의 논의가 아닌 실질적 제도 개선과 정책 실행을 촉구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이 자리에서 정부와 지자체,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강조한 것은 ‘규제 완화’와 ‘평화경제특구 지정’이라는 두 축이다. 접경지역은 오랫동안 군사적 이유로 다양한 규제를 받아 왔다. 이는 산업 발전은 물론 인구 유입, 관광 활성화 등 지역 발전의 발목을 잡아 온 구조적인 장애였다. 그러나 남북 간 대치 상황이 일정 수준 관리되고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적 이용 논의가 본격화되는 지금, 기존의 획일적 규제는 전면적으로 재검토돼야 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언급한 ‘DMZ 올레길’ 추진과 ‘평화경제특구’ 구상은 이러한 전환의 서막을 알리는 상징이다.

춘천, 철원, 속초, 화천, 양구, 인제, 고성 등 강원특별자치도의 접경 시·군들이 일제히 규제 완화와 국비 지원 확대, 남북협력기금 활용을 요구한 것은 현실적이다. 특히 현행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는 지리적·안보적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아 대부분 접경지역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국가안보는 중요하다. 그러나 국방부의 정책이 안보만을 최우선으로 삼는 틀에서 벗어나, 주민 생활권과 경제 여건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지 않으면 지역 발전은 요원하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이날 포럼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의 발언에서도 확인됐다. 이양수 의원은 70년간의 규제 역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실재적 보상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허영 의원은 남북 평화와 접경지 미래의 연계를 강조하며 평화경제 실현을 위한 외교적 노력도 주문했다. 강원특별자치도는 그동안 남북 관계 변화의 최전선에서 희생을 감내해 온 지역이다. ‘접경지 주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은 그간의 역사적 맥락을 반영한 정당한 요구다. 이제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닌 실천이다. 규제 완화는 선언을 넘어 제도적 조치로 연결돼야 하며, 평화경제특구 지정은 단순한 개념이 아닌 세부적인 실행계획으로 구체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부처 간의 협업 체계 강화, 국회 차원의 입법 지원, 지자체의 적극적 행정이 삼위일체로 작동해야 한다. 접경지역의 변화는 곧 강원특별자치도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다. 이번 포럼이 담론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정책 전환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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