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야~천천히 넘겨!" 온기 싣고 달린 금병초 연탄기차

[르포]춘천 금병초 4학년 연탄봉사 현장
연탄봉사자 점점 줄어 아이들 반가운손님
도내 연탄사용 1만5,841가구 전국 2위
"외롭고 추운 이웃들에게 연탄은 온정"

◇"칙칙폭폭" 금병초 4학년 1·2반 학생 40여명이 만든 연탄기차. 사진=고은기자

지난 4일 춘천시 동내면 학곡리 언덕. 초겨울 찬바람이 부는 마을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골목길에 가득했다. 웃음소리의 주인공은 춘천 금병초 4학년 학생 41명. 학생들은 연탄을 가득 실은 트럭과 골목길 안 30여m 떨어진 윤초옥(90)씨의 창고까지 일렬로 나란히 섰다.

이윽고 오전 10시30분부터 연탄 이어 나르기가 시작됐다. 연탄을 옆으로 전달하던 속도가 빨라지자 힘겨워하던 기운찬(11)군은 “천천히 살살 넘겨!”라고 외쳤다. 그제서야 학생들은 연탄 자국이 묻은 서로의 얼굴을 보고 크게 한바탕 웃었다.

학생들은 봉사자가 매년 줄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춘천연탄은행측의 이야기에 교내 장터 수익금 전달과 함께 배달에 나섰다.

맨 앞에서 남은 연탄 개수를 세어 친구들에게 알리던 지은호(11)군은 “지난 연탄 봉사 경험을 살려 깨지지 않게 연탄 드는 법을 알려줬다”며 뿌듯해 했다. 박소윤(11)양도 “올해 벌써 세번째 연탄 배달인데 친구들과 하니 재밌다”며 “다음에도 또 봉사를 하고 싶다” 말했다.

1시간 동안 쉬지 않고 움직인 끝에 연탄 300장이 윤초옥(90)씨 창고에 쌓였다.

학곡리에서 유일하게 연탄을 사용중인 윤씨는 “연탄이 얼마 안 남았는데 쌓인 연탄을 보면 든든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학생들과 함께 봉사 활동에 나선 김태호 4학년 2반 담임교사는 “아이들도이 많아 300장은 금방 옮길 줄 알았는데 연탄 한 장(3.65kg)이 성인에게도 제법 무거웠다”며 “씩씩하게 봉사를 마무리한 아이들에게 고맙다”며 다음 봉사를 기약했다.

정해창 춘천연탄은행 대표는 “아직도 사회 곳곳에는 외롭고 추운 겨울을 버티는 이웃들이 많다”며 “연탄 한 장은 귀한 온기”라고 말했다.

밥상공동체연탄은행에 따르면 춘천 803가구, 원주 656가구, 강릉 2,500여가구 등 도내 1만5,841가구가 아직 연탄을 사용중이다.

◇“연탄 받아야지!” 친구들의 목소리를 뒤로한 채 취재진을 향해 브이를 그리며 웃는 진우진(11) 군. 사진=고은기자
◇연탄봉사를 마친 뒤 파이팅과 브이 포즈를 지으며 웃는 학생들. 사진=고은기자
◇연탄 봉사를 마친 뒤 파이팅과 브이 포즈를 지으며 웃는 학생들. 사진=고은기자
◇"장갑을 꼈는데도 손이 까맣게 물들었어요. 너무 웃기죠?" 사진=고은기자
◇학생들이 나른 연탄 300장이 윤초옥(90) 어르신의 창고에 가지런히 쌓였다. 겨울 한 달을 버틸 수 있는 양이다. 사진=고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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