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AI 시대를 여는 데이터센터, 강원도가 선도해야

동해안권, 높은 전력 자립률은 최대 장점
춘천 수열 클러스터, 에너지 효율성 뛰어나
정부와 정책 공조, 도약의 기회 잡아야 할 때

이재명 대통령이 내년도 예산안을 ‘AI 시대를 여는 첫 예산’으로 명명하면서, 인공지능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본격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따라 강원특별자치도의 대응이 중요해졌다. 특히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유치전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풍부한 전력과 수도권 인접이라는 장점을 지닌 도가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도는 춘천에 이미 네이버, 삼성SDS, 더존비즈온 등 대형 데이터센터를 유치한 바 있고, 수열에너지 클러스터 등 차별화된 기반도 마련돼 있다.

하지만 그 외 지역은 수도권의 수요 집중과 테넌트(데이터센터 임차인) 확보의 어려움으로 사업화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원주권에서는 3개 민간 기업이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나 테넌트 수급 부진으로 착공이 지연되고 있으며, 동해안권 역시 높은 전력 자립률에도 불구, 가시적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현실은 데이터센터 산업이 단순한 입지 경쟁을 넘어 수요 확보와 연결된 복합적 생태계 조성이 필수임을 보여준다.

문제는 수도권 집중이다. 국내 데이터센터의 60%가 수도권에 몰려 있으며, 이는 국가적 전력 수급 균형과도 맞지 않는 구조다. 서울과 경기의 전력 자립률이 각각 10%, 62%에 불과한 반면 도는 213%(2023년 기준)에 달해 에너지 측면에서는 오히려 전국 최고 수준이다. 더구나 전남 해남은 도보다 전력 자립률이 낮음에도 SK와 오픈AI의 데이터센터 유치에 성공하며 2조5,000억원 규모의 국가 AI 컴퓨팅센터 후보지로도 선정됐다. 이에 따라 도는 ‘단순한 입지 제공자’에서 벗어나야 한다. 데이터센터 유치의 본질은 전력과 부지가 아닌, 지속 가능한 AI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산업적 동력’에 있다. 그런 점에서 도는 의료 산업과 수열에너지 토대의 친환경 인프라를 적극 연결해야 한다. 춘천의 수열에너지 클러스터는 에너지 효율성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갖춘 전국 유일의 사례로, 글로벌 AI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 기준에 부합하는 매력적인 자산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유치’에서 ‘활성화’로의 전환이다. 강원형 AI 특화 산업 육성 전략을 구체화하고 관련 인재 양성, 연구개발(R&D) 기반 확대, AI 기업에 대한 맞춤형 인센티브 제공 등 종합적인 지원책을 수립해야 한다. 전남이 SK·삼성SDS·오픈AI와의 연계로 성과를 냈다면, 도는 수열에너지와 의료 산업의 융복합 전략으로 새로운 경쟁 우위를 창출할 수 있다. 정부 또한 데이터센터 분산 배치를 추진 중이라면 지역 안배가 아닌 전력과 산업 인프라의 실질적 활용 가능성을 기준으로 한 정책 설계를 서둘러야 한다. 도는 에너지 인프라뿐 아니라 수도권과의 접근성, 재난 대비 이중화된 전력망 등 다방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정부와의 정책 공조 속에서 도는 ‘AI 시대의 동북아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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