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신흥사 성보 ‘시왕도(十王圖)’가 2020년 미국 LA스카운티미술관(LACMA·라크마)에 이어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Met·메트)에서 ‘환지본처(還至本處·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아옴)’ 된 것은 단순한 문화재의 귀환을 넘어 역사적 혼란 속에서 잃어버린 기억과 정체성을 회복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시왕도의 유출 시기는 6·25전쟁 직후로 추정된다. 이탈 과정 자체가 문화재 약탈 문제, 미군정기의 제도 공백과 같은 구조적 환경과 연결된다. 따라서 이번 환수는 △불법 반출의 역사에 대한 사실 규명 △원 소장처의 문제제기 △국제 협의 △귀환이라는 정당한 절차에 따른 성취라는 점에서 ‘역사적 정의’를 회복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귀환은 외교적 노력과 정부의 협력뿐 아니라 불교계와 지역 민간 단체의 지속적 설득과 사실 검증 작업이 주도적 동력이 되었다는 점에서 민간주도의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의궤’의 환수 사례와도 구분된다. 특히 라크마에 이어 세계 주요 3대 미술관 중 하나인 메트가 조건 없이 반환을 수용했다는 점은, 문화재 주권이 ‘보유 중심’의 시대에서 ‘윤리·정당성 중심’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는 국제적 분위기를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소재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는 나머지 3점의 시왕도 환수를 비롯한 향후 문화재 환수 담론에서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는 더 이상 박물관의 전리품이 아니라 공동체의 기억과 터 안에 있을 때 비로소 의미를 얻는 존재라는 것을 이번 시왕도의 환지본처가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