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납북귀환어부 명예회복, 역사적 정의의 복원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 특별법 대표 발의
감시·사찰 등 고통, 피해자 7,000여명 달해
생존과 인간다운 삶의 보장은 국가의 책무

오랜 세월 국가폭력의 그늘 속에서 고통받아 온 납북귀환어부 피해자와 가족들의 아픔을 치유할 실질적인 계기가 마련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이 대표 발의할 예정인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이 그것이다. 이번 특별법은 진상 규명과 명예회복은 물론 의료·생활 지원과 재심 청구 지원 등 실재적인 회복 절차를 담고 있어, 단순한 법률 제정이 아닌 역사적 정의의 복원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납북귀환어부는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우리 해역에서 조업 중 북한에 의해 납북됐다가 귀환한 어부들이다.

그러나 귀환 이후 그들은 환영받지 못했다. 간첩으로 조작되거나 고문, 감시, 사찰, 연좌제 등 참혹한 인권 탄압에 시달려야 했고 이는 개인의 삶을 넘어 가족 전체를 고통으로 몰아넣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피해자는 7,000여명에 달하지만 지금껏 재심이나 명예회복이 이뤄진 사례는 1,000여명에 불과하다. 그간 국가가 가한 폭력에 비해 피해 회복은 턱없이 미진했다. 강원자치도는 이러한 국가폭력의 상처가 특히 깊은 지역이다. 동해안을 중심으로 많은 어민이 납북의 대상이 되었고 귀환 이후 도 각지에서 낙인 속에 살아야 했다. 춘천, 속초, 강릉 등 도 연해 지역 주민들 상당수가 간첩 혐의로 고통을 겪었고, 오늘날까지도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피해자가 적지 않다.

이제라도 국회가 나서 법적 틀을 갖추려는 시도는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허 의원이 “오랜 고통을 감내해 온 피해자와 가족의 상처를 치유하겠다”고 밝힌 것처럼 이 특별법은 과거사 정리 차원이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책무 이행이다. 이미 진실화해위원회와 검찰, 법원이 국가의 인권 침해를 인정한 만큼 이제는 피해자 개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지 않아도 되는 국가 주도의 포괄적인 회복 절차가 필요하다.

특히 이번 특별법에 포함된 ‘총리 소속 위원회’ 설치는 실질적인 진상 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핵심 장치가 될 수 있다. 과거사 정리 사업이 형식적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독립적이고 지속 가능한 조사·구제 기구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또한 피해자들의 고령화와 생계 곤란을 고려할 때 의료 및 생활 지원에 대한 법제화가 시급히 추진돼야 함은 물론이다. 피해 회복은 사법적 정의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생존과 인간다운 삶의 보장이 병행돼야 진정한 회복이 가능하다.

이번 특별법 추진은 2021년 강원일보의 특집 보도를 기점으로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고, 결국 국회 입법으로 연결되고 있다. 지역 언론이 지역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사회적 공론화를 이끌어낸 좋은 사례다. 납북귀환어부 특별법은 우리 사회가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응답하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이제라도 국회는 초당적으로 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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