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언대]희망의 문을 열자

김원석 주문진중 총동문회장

백두대간 영봉이 울긋불긋한 단풍 저고리를 입고 만추의 종소리를 울리던 자태가 시나브로 사라지고 있다. 절기는 쉼 없이 찾아오기에 계절도 겨울을 향해 부지런히 가고 있다.

봄에 짙은 향기를 뿌리던 초록 잎이 여름의 녹음, 가을의 단풍을 거쳐 낙엽으로 산화하는 모습은 자연의 경외감이 아닐까 싶다. 나무는 자신이 자라는 환경을 탓하지 않고 미리 준비한다고 한다. 그래서 추운 북풍한설(北風寒雪)을 견뎌내기 위해 미리 낙엽을 떨구고 죽음 의식을 행한다. 나무도 겨울을 준비하는데, 우리 사람들도 어려운 고비를 이겨낼 준비를 해야 한다.

그게 단 두 글자 ‘희망(希望)’이다. 희망의 사전적 의미는 ‘앞으로 어떤 일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으로 풀이해 놓았다. 희망이란 꼭 이루고 싶은 것이고, 바라고 원하는 것이다. 희망이 없으면 절망이고 퇴락이다. 아무리 어려움이 있더라도 희망이 있으면 되살아난다. 그러나 희망이 없으면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적막감만 가득할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 갔으며, 일할 수 없어 지역경제가 얼마나 큰 부침을 겪었는가. 하지만 이러한 시점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희망을 품고 살았기에 오늘에 이른 것이다. 지금 경제적으로 봐도 백척간두의 혹한기를 지나고 있다. 강원지역은 물론 우리나라의 서민경제가 힘겨워하고 있다.

가계부채와 연체율 급증, 개인회생신청 역대 최다, 폐업 공제금 사상 최고치. 서민경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특히 골목상권을 떠받치고 있는 두 개의 축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현실은 더욱 참담하기만 하다. 올해 상반기에만 약 1,950건에 이르는 폐업 공제금 신청이 접수되었고, 그 금액은 250억원으로 역대급 기록을 세웠다.

단번에 모든 걸 해결하는 처방전은 어렵지만, 청년 실업 극복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골목상권에 활력을 주어 지역경제가 역동적으로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또, 정치영역도 많이 바뀌어야 한다. 변화하고 있지만 정치가 국민 기대에 부응하고, 경제까지 진흥시키는 역할을 해주는 체계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민생고를 덜어주고 희망의 문을 열어 주어야 한다. 이것이 실용 정치의 근본일 것이다.

소모적인 정치 관행과 과감하게 결별하고, 국민의 뜻을 하늘처럼 받들고, 시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생산적인 일을 챙기는 것은 국민 존중의 사회로 가는 첩경이 될 것이다. 이것 역시 흑암 속에서 한 줄기의 희망을 여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 시점, 우리나라 국민의 마음에 가장 와닿는 단어는 무엇일까? 그것은 희망일 것이다. 그러기에 지역사회 공동체는 서로에게 꿈과 희망을 나누고 심어주어야 한다. 희망은 우리를 주인답게 행동하게 하는 마법을 부리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시인 단테는 자신의 작품에서 지옥문 입구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다고 적었다. ‘여기로 들어오는 자들은 모든 희망을 버려라.’ 그렇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어떠한 상황에서도 결코 포기해선 안 되는 것은 바로 희망이라는 단어다. 결국 우리는 희망의 순례자이기 때문이다. 올 한 해도 저물어 곧 세모(歲暮)의 시간을 맞게 된다. 무성했던 나뭇잎도 한 잎 두 잎 낙엽으로 지지만, 우린 겨울에도 희망의 문을 열고 가야 한다. 희망은 인생의 꽃이요, 인생의 나침반이요, 인생의 동행자이다. 우리의 삶을 이끄는 힘은 바로 희망이다. 희망으로 한 해를 갈무리하고 의미 있는 내일을 준비해 나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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