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고독사라는 이름

늦가을 골목을 스치는 바람이 문을 두드릴 때, 그 소리가 어쩐지 사람 부르는 기척처럼 들릴 때가 있다. 강원 곳곳에서도 그런 바람이 점점 잦아지고 있다. 지난해 65세 이상 도내 노인 인구가 40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말없이 저무는 하루를 견디다 아무도 모르게 세상을 건너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최근 5년간 도내에서 나 홀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한 고독사도 643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 98명, 2021년 110명, 2022년 146명, 2023년 156명, 2024년 133명 등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643명이라는 집계는 이미 통계가 아니라 흔적조차 남기지 못한 삶의 비명처럼 들린다. ▼‘등화가친(燈火可親)’. 등불 아래 서로 얼굴을 마주한다는 뜻이지만, 지금은 오히려 등불 하나 켤 이가 없는 방이 더 많아졌다. 고독사로 떠난 이들 대부분이 남성이라는 사실은 더욱 거칠고 황량한 내면을 드러낸다. 평생을 버티듯 살아오다 문득 주변의 불빛이 하나씩 사라지고, 결국 마지막 순간조차 스스로 감당해야 했던 그림자가 방 안에 고여 있었을 것이다. ▼더 두려운 건 이 현상이 특정 세대나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1인 가구가 전체의 3분의 1을 넘어섰다. 사람의 곁에 사람이 있어야 길이 열린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어느새 연락 한 번 미루다 누군가의 생이 닫혀버리는 시대를 살고 있다. 국가는 관리와 정책을 말하지만, 정작 그들이 머무는 방 앞에는 더 오랜 시간의 침묵이 쌓인다. ▼고독사라는 이름에는 ‘누구도 곁에 없었다’는 절망이 묻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죽음이 남긴 자국을 다시 ‘골목’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부실한 관계망을 메우는 것은 제도만이 아니라 삶이 서로 기대는 감각이다. 문을 두드리는 바람 소리에 잠시 귀 기울이는 일, 멀어졌던 번호 하나를 다시 눌러보는 일, 그 사소한 움직임이 한 사람의 생을 붙들 수도 있다. 통계의 수치를 넘어선 이 절창 같은 현실 앞에서 우리 모두가 조금 더 따뜻한 등불 하나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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