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과 탄핵 그리고 대선의 1년이다. 한 해에 한 번 있을까 싶은 정치 사건의 연속이었고 그 여파로 민주주의 위기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지난 1년은 정치 실패의 가장 나쁜 결과다. 정치의 실패는 ‘갈등 조정 능력의 상실과 소통 단절 그리고 양극화의 극단화’를 말한다. 대한민국 공동체 공론장의 완전한 붕괴로 여야는 각자의 에코 챔버 속에서만 목소리를 계속 높인다. 여야가 정책 경쟁보다는 진영 논리와 반사이익의 정치에 몰두한다.
1년은 “위로부터의 민주주의의 위기”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들이 민주주의의 후퇴와 역행’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들이 민주주의의 규범과 제도를 서서히 약화시키고 결국 파괴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최근 “완벽한 민주주의”로 평가받아 온 우리 민주주의의 퇴행이자 최근 전 세계적인 독재화 경향의 한국적 결과다. 민주주의는 언제나 위태롭고 그래서 시민의 비판과 참여를 요구하는 것이다. 정치의 실패는 정당 실패의 산물이다. 정당의 ‘게이트키퍼 기능 부전과 당내 민주주의 붕괴 그리고 정책 능력의 상실’ 등이 정치 실패의 입구이자 필요 조건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정치적 양극화의 주범이자 동시에 수혜자다. 양당의 여론 여과 기능은 사라지고 소수의 강경론이 의사결정을 주도하며 결국 정당은 시민 대표성을 상실한다. 민주당의 ‘1인 1표제’와 국민의힘의 ‘당심 70% 경선 룰’ 논란은 정당 회복과 정상화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당원 주권주의’와 ‘당원 권한 강화’를 각각 명분으로 하지만 속내는 소수의 강성 당심을 더 강조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대표성 약화와 정당성 위협 그리고 중도적 민심 이탈의 우려가 제기되는 까닭이다. 그 끝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이 정당 실패를 넘어 좀비 정당이 되는 것이다. 좀비 정당은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만 실질적 기능과 영향력을 상실한 정당”이다. 정책 경쟁력도 상실하여 결국 공동체 통합 기능도 수행하지 못하는 정당이다. 정당이 시민사회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현상은 카르텔 정당으로도 설명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적대적 공생의 카르텔”의 극단화된 경우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라는 ‘적대적 공존의 카르텔’ 구조를 유지하게 하는 원동력은 정치자금과 정당법이다. 둘 다 입법 사항으로 양당이 결정하고 언제나 만장일치다. 정치 복원이 정당 회복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좀비 정당의 적대적 카르텔 구조가 해체되지 않는 한 정당의 정상화는 불가능하다. 적대적 공존의 양당 카르텔 독점 정치의 반대편은 다당제 정치다. 정당이 획득한 득표율만큼 의석으로 전환되는 선거제도를 통해 비례성과 대표성 강화가 전제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2024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지역구 득표율 50.6%로 161석(63.4%)을 차지했고 국민의힘은 득표율 45.1%로 90석(35.4%)을 얻는다. 득표율과 의석률 간의 심각한 괴리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 주권주의’가 가장 먼저 적용되어야 할 대목이다. ‘이재명 진정성’의 시험대다.
내년 6월3일 지방선거를 치른다. 전북 순창군 관련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광역의원 선거제도 개선 필요성과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의 특례실시 종료 등 광범하고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데 국회는 아직 정치개혁특위조차 구성하지 못했다.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은 시·도의원 선거구의 광역화를 불가피하게 하고, 기초의원 중대선거구 실험은 실패했다. 남은 대안 중 선호투표제가 합리적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선호투표제를 시범 실시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