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사제가 최근 국회 문턱을 넘은 가운데 지역 의료 인력 정책이 지방분권, 지역사회의 민주적 거버넌스 원칙 아래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강원일보, 강원특별자치도, 강원특별자치도의회, 강원의료인력지원센터, 강원연구원 등이 4일 오후 강원연구원 1층 리버티홀에서 개최한 2025 강원 의료 포럼에서 정백근 경상국립대 의대 교수는 "지역필수의사들은 비수도권 지역주민들의 건강 및 의료이용과 관련된 고통을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주민 위한 '강원형' 지역필수의사제, 어떻게 가능할까'를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서 정백근 교수는 "이를 위해 분권성, 지역성, 공공성, 민주주의 강화를 중심으로 지역의료체계를 재구조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 주민 고통 해결해야
정 교수는 현재 진행 중인 지역필수의사제와 관련, "지역필수의사 확보가 실현되기까지 과도기를 관리하는 여러 방법 중 하나"라고 의의를 평가하고,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적절한 전략 속에 정책이 배치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시장위축에 의해 발생한 문제를 시장적 수단으로 극복 가능한지는 의문"이라고 반문하고, "비수도권 지역필수의사 부족 해결을 위한 구조 개혁의 방향은 지역 의사들을 수도권과 시장으로 끌어당기는 구조적 힘을 약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이를 위해 "분권성, 지역성, 공공성, 민주주의 강화를 중심으로 지역의료체계를 재구조화해야 한다"며 "지역필수의사들이 비수도권 지역주민들의 고통과 연결될 수 있도록 배치돼야 한다"고 구체적인 방안을 내놨다. 만일 지역필수의사제가 적절한 전략 속에 배치되지 않을 경우에는 "기존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기존 의사를 지역필수의사로 전환하면 된다는 관점"이 된다고 지적하고, "상대적으로 의료환경이 좋은 지역의,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병원의 의사 확보 정책과 병원 중심성을 강화하는"정책이 되지 않도록 시스템이 짜여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수도권 중심의 관점이 지역주민들에게 내면화, 지역의료를 열등한 것으로 규정"하게 되는 악순환을 극복하고, "공공보건의료 협력체계를 공동체 유지의 핵심 인프라 및 공유자산으로 인식하고 육성할 수 있는 관계 기반 공동체를 읍면동, 시군구, 책임의료기관, 시도에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 중심' 필수의료에서 이제 '지역 중심' 필수의료로
'지역필수의사제, 누구와, 무엇을?'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김영남(강원 고성 아야진보건진료소장)보건진료소장회장은 "인구 유출 및 감소에 따른 지역소멸과 지역 내 필수 생활 인프라 감소의 악순환을 겪고 있다"고 밝히고, "그러나 농어촌의 보건의료제도는 임시적 제도 아래 사회환경 변화에 맞춰지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고 문제의식을 설명했다. 이어 "필수의료는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서비스로 설명되지만, 농어촌에서는 만성질환을 관리하고, 상처를 처치하고, 최소한의 의료를 이용할 수 있는 자체가 필수의료"라고 못박았다.
또,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는 의사보다 간호사가 지속적으로 주민의 건강을 관리하는 구조가 이미 정착돼 있고, 지역 필수의사라는 용어는 병원 밖 지역에서는 실제 현장과 괴리된 개념"이라고 비평했다. 또, "정책의 언어는 현장의 언어와 같아야 한다"며 "필수의사제를 국가가 인정하는 지역필수의료인으로 법제화하고, 그 역할에 걸맞은 교육과 보수, 처우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더해 "의사 중심의 필수의료에서 지역 중심 필수의료로 전환돼야 한다"며 "지역의사제와 함께 지역 의사들이 지역 간호사, 돌봄 인력과 잘 일할 수 있도록 환자 진료지침, 방문진료지침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주민의 어려움을 살필 수 있는 제도와 양성, 협력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협력과 통합으로 사람 연결하는 의료…"주민의 삶 분절되지 않도록"
권혁순 강원일보 논설주간을 좌장으로 해 이뤄진 토론에서도 의료가 기술을 넘어 주민의 삶과 건강, 돌봄을 이어야 한다는 제안이 이어졌다. 농촌 공간구획을 연구해온 강종원 강원연구원 연구위원은 "시골에서 5일장이 열리는 날 읍내 병원은 그동안 진료 못 받았던 주민들이 몰리면서 꽉 찬다"며 "이렇게 주민들의 생활 가까이에서 사람들을 돌봐주고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의료는 의료는 의료만, 농촌문제는 농촌문제만 해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고 언급하고, "병이 있는 사람을 치료한다는 접근보다, 농촌의 돌봄 측면에서 접근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모두에게 수도권 제일주의가 있는 현 시점에서, 우리는 농촌 문제를 국토 전체의 문제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의사제가 본회의를 통과한 만큼 대통령령과 보건복지부령을 지금 만들어야 한다"고 말을 시작한 박건희 평창군보건의료원장은 "이 중 계약형은 이미 전문의와 계약하는 만큼 잘 추진되기가 어려운 정책"이라고 우려했다. 이어서 양성 측면을 지적하며, "강원대 의대는 100% 지역전형을 뽑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본다"고 제안하고, "학생 때부터 지방의료원과 부속병원, 일차의료, 2차, 3차병원에서 모두 일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역을 돌 수 있는 의사를 만들어야 '2등 의사'취급받지 않고, 지역의 최고 의사가 될 수 있다"고 말하며 "혼자 400~500만원을 더 받고 지역에서 일하라는 개념이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전문간호사의 역할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차의료에서도 전문간호사가 필요하고, 전문간호사와 의사가 융합적으로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료는 주민들의 삶과 어떻게 만날 것인가? "돌봄·복지와의 접점 찾아야"
박유경 강원의료인력지원센터 부센터장은 이에 더해 "무엇부터 지역에서 해나갈 수 있는지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앙정부의 책임전가가 아닌 방식으로, 앞으로의 사업에서도 지방정부의 역량강화나 예산, 결정권, 범위, 기관 등을 지방정부에 배분할 수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운을 뗐다. 또, "너무 3차 의료에 집중한 사업이라는 비판이 있는데, 결국 1차, 2차 협력체계가 구축되지 않고서는 의미를 완전히 구현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앙에서 나오는 정책들에 대해 지역이 조금 더 목소리를 모으고 목적에 맞게 이뤄질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 지방정부의 역할이고 권한"이라고 언급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역필수의사제를 논의하는데 돌봄과 복지를 포함해 짜여진 오늘의 패널 구성이 의미있다고 본다"며 "시장적으로 의사를 배치하려는 현재의 전략은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삶을 재생산하는데 의료는 필수적이지만 의료만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삶의 질을 유지하는데 의료가 한 부분으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통합돌봄과 관련해서도 보건의료서비스는 현재 공백"이라고 지적하고, "요양병원과 재활, 환자를 회복할 수 있게 하는 일, 임종을 앞둔 사람을 돌보고 삶을 편히 연장하게 하는 일 등에 의료 서비스의 공백이 존재하며, 이는 채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의료인이 아니라 보건의료서비스를 할 수 있는 체계가 중요한 것"이라며 "의료인만이 아닌, 전체적으로 구성된 보건의료서비스 팀을 지역에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지역에 대한)소속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통합돌봄과 지역필수의사제가 그려나갈 미래"라고 정리했다.
이 자리에는 보건복지부 이성규 사무관도 함께 참여, 지역의 현안을 경청했으며 이희제 강원대 의대 학장도 질의응답을 통해 토론을 펼쳤다. 이희제 학장은 "통합적인 지원 인력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며, 선순환적 구조를 가진 지역의사제, 필수의사제가 공존해서 간다고 한다면, 제도가 선순환 구조에 녹아들어갈 수 있을지 궁금하고 방향성도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이에 발제자인 정백근 경상국립대 의대 교수는 "실행체계는 분권화를 통해 시군구 단위에서 실행될 수 있어야 하며, 체계를 작동시킬 수 있다면 어떻게 배치할 수 있을지 고민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현재 시군구 단위의 실행이 안 되고 있으나, 차후 실효성 있는 협력체계 작동이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박건희 평창군보건의료원장 역시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 협력체계"라며 "일차의료체계를 공공이 세우고, 2차와 3차 병원을 모두 연결해 매력적인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