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인제지사 앞에는 빨간색 다리 ‘리빙스턴교’가 있다. 인제군 인제읍 덕산리에서 합강리를 잇는 이 다리는 6·25전쟁 중 전사한 미 제10군단의 토머스 윌리엄 리빙스턴 장교의 이름을 따 명명됐다. ▼1951년 중공군의 총공세 속에 유엔군으로 참여했던 리빙스턴 소위 부대는 6월10일 인제 북방 2㎞ 지점에서 매복해 있던 적군에게 기습을 받아 덕산리까지 밀리게 된다. 인북천에서 그나마 수량이 적은 곳으로 대피하던 중 설상가상 폭우가 쏟아지며 강물이 불어났고, 적의 총탄 세례를 막을 길이 없어 대부분의 군사들이 이 강에서 전사했다. 부대장이었던 리빙스턴 소위는 두 병사와 함께 다음 해인 1952년 9월 펀치볼 북동쪽 854고지에서 적군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됐다. 강에 다리가 없어 일어난 일에 대해 통탄한 마음으로 이곳에 다리를 놓아 달라고 했던 그의 말은 유언이 됐고, 1957년 길이 150m, 폭 3.6m의 아이빔에 붉은 페인트를 칠한 목재 난간의 교량이 건설된다. 붉은색 페인트칠 때문에 주민들은 어려운 외국어 명칭 대신 ‘빨간 다리’라고 불렀다. ▼교량이 점차 노후되자 1970년 12월 육군 207공병단에 의해 이전보다 3m 높은 곳에 현재의 폭 7m의 교량이 가설됐다. 다리 위에는 폭우 속 판초우의를 입고 총을 든, 당시 전투 상황을 표현한 조형작품과 참전유공자 기념탑 등이 있다. 대한민국을 위해 우리 지역에서 장렬하게 전사한 유엔군과 한국군의 넋을 기리는 역사의 산 교육장으로 그들의 투혼과 넋이 서려 있어 발길이 숙연해진다. ▼인제는 어려웠던 시절 강대국에 의해 38선으로 남북이 갈렸던 아픔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다. 리빙스턴교 하부에 흐르는 인북천에는 북한에서 발원한 물이 흐른다. 인근 인제스피디움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 북한 응원단이 머물며, 남북 평화의 상징이 됐다. 인제군의 덕산지구 개발계획이 수립됐다. 리빙스턴교가 미래 통일시대를 앞두고 분단의 상처를 기억하는 상징의 장, 평화의 미래를 염원하는 남북 교류의 대표 공간으로 우뚝 서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