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언대]광부의 날 그리고 석탄산업 120년

황상덕 (사)석탄산업전사추모 및 성역화추진위원장

◇황상덕 (사)석탄산업전사추모 및 성역화추진위원장

1906년 6월 29일 광업법(법률제3호)의 공표로 시작된 대한민국 석탄산업이 120년 역사를 간직한 채 서서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석탄산업 시작 120년만인 2026년 6월 29일 제1회 광부의 날을 맞게 됐다. 이는 정부가 정한 법정 기념일로 매우 뜻 깊은 날이다. 석탄이 대한민국 경제 발전과 산림녹화 등 국가에 기여한 엄청난 공로는 수치로 환산할 수 없다.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분진 발생 등 환경에 부정적 영향은 물론 현재에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인명피해가 있었다.

특히 태백시는 과거 국내 최대의 석탄 생산지였고 박정희 대통령 휘호로 세워진 순직산업전사 위령탑이 있다. 이번 광부의날 제정은 실질적으로 태백의 (사)석탄산업전사추모 및 성역화추진위원회가 주도해 탄생한 만큼 시는 지금부터 준비해 기념탑은 아니더라도 기념비 정도는 세워야 할 것이다.

어느 학자는 '대한민국 경제는 석탄을 먹으며 발전했고, 그 석탄은 산업전사를 먹으며 성장했다'고 표현했다. 함축적이지만 매우 적확하고 상징적인 말씀이다. 세상의 모든 빛 뒤에는 짙은 그림자가 있는 법. 석탄산업이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크면 클수록 석탄 생산현장에서 일했는 광부들의 희생 또한 클 수밖에 없었다. 엄청난 대가를 치뤘다는 것이다.

1970년부터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이 시행된 1989년까지 매년 평균 180여 명의 '광부'들이 사망했고 특히 1973년에는 3만4,573명의 근로자 중 무려 229명이 사망한 경우도 있었다. 그 뿐 아니라 석탄 광산 근로로 얻은 불치병인 진폐재해자 숫자는 정확한 통계조차 확인할 수 없다. 더 불행한 현실은 진폐재해순직자 위령각 위폐 안치 인원 증가 수를 볼 때 진폐재해자로 사망하는 분들이 해마다 약 300명을 초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쟁터도 아닌 산업현장에서 이렇게 많은 사상자를 낸 것은 유례를 찾을 수 없다.

이처럼 광부의 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다.

늦었지만 광부의 날이 제정된 것을 크게 환영한다. 40여년이라는 인생 대부분을 탄광에서 보낸 전직 석탄 광부로서 광부의 날 입법을 대표 발의한 지역구 이철규 국회의원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한다. 120년 대한민국 석탄산업에 관한 종합 보고서가 없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고 부끄러운 것이다. 물론 지자체 또는 연구소에서 공간·시간·주제를 한정해 산발적으로 발간한 것은 있다. 하지만 120년 석탄산업 모두를 담은, 순직산업전사, 진폐재해자, 산업사고, 지역경제, 탄광촌 문화 등 이를 총망라하는 정부 공인 백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애써 외면하는 것은 아닌가 한다. 다행히 우리 강원특별자치도에는 강원연구원이 있다. 창의적인 연구로 주도적인 지역발전 모델을 제시하려는 미션으로 미래산업 글로벌 '강원' 조성을 목표로 우수한 두뇌 집단이 존재하는 것은 큰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탄광지역발전센터는 석탄산업 전환지역(폐광지역)의 기록물 제작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 위원회에서는 지난 12월 초에 강원특별자치도와 태백시에 석탄산업 120년 백서 발간을 요청했다. 단순히 긍정적인 검토가 아니라 2026년 곧바로 착수 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기록은 내용과 매체의 결합이며 1차적 가치와 시간이 지나 생성되는 2차적 가치가 있다고 한다. 120년 대한민국 석탄산업이 공식기록으로 남을 수 있도록 강원특별자치도의 역할을 요청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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