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더초점]어업인을 위한 두 개의 법, 국회가 응답할 때

김용복 강원특별자치도의회 부의장

◇김용복 강원특별자치도의회 부의장

1968년 11월, 국방상의 필요와 함께 어선의 납북 방지 및 안전한 조업을 위해 동해와 서해 어로한계선 남쪽 수역에 처음으로 ‘특정해역’이 설정됐다. 이는 단순한 군사적 조치가 아니라, 어업인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어업인들은 국가 안보라는 대의를 위해 불편함을 묵묵히 감내해 왔다. 특히 특정해역과 인접한 고성군 어업인들은 조업에 나설 때마다 관할 기관을 직접 방문해 신고해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일상처럼 감수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2018년 5월 개정된 '어선법'으로 모든 어선에 위치발신장치(V-PASS) 장착이 의무화되면서, 어선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이양수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어선안전조업법' 개정안은 기술 변화에 맞춰 행정 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위치발신장치를 갖춘 어선이 특정해역으로 출어할 때 대면 신고를 면제하는 것이다. 이는 어업인의 불필요한 발걸음을 줄이는 동시에, 행정 업무의 효율성도 높여주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조치라 할 수 있다.

한편, 요즘 어촌 현장에서 또 다른 심각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바로 비어업인의 무분별한 수산자원 포획 행위다. 이원택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수산자원관리법' 개정안은 현행 규제에 ‘시간’과 ‘장소’ 제한을 추가해 수산자원 보호와 안전사고 예방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이 개정되면 시행령에서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될 예정인데, 이 과정에서 나잠어업인과 어촌계 어업인의 현장 의견이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가 배제된 법은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그 피해는 결국 어업인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현재 '강원특별자치도 비어업인의 수산자원 포획·채취 관리 기준에 관한 조례'가 시행령 위임 범위를 벗어났다는 이유로 해경 단속이 유예되고 있는 점도 문제다. 그 피해 역시 고스란히 어업인에게 전가되고 있다.

실제로 전문 먹거리 사냥꾼들이 밤마다 어촌계 어장에 몰래 들어와 문어 등을 무차별적으로 포획하는 일이 빈번하다. 이로 인해 어업인들이 밤새 바다를 지키며 보초를 서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무분별한 해루질은 어업 질서를 무너뜨릴 뿐만 아니라 안전에도 심각한 위협이 된다. ‘도루묵 산란기(10~12월)에 통발을 사용하여 도루묵을 포획할 수 없다’라고 조례에서 규정하고 있음에도, 최근 고성군에서 도루묵 통발을 설치하던 50대 비어업인이 바다에 빠져 사망했다. 인천 옹진군에서는 70대 중국인이 불법 채취 중 고립되어, 구조 과정에서 해양경찰관이 순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비어업인의 불법행위가 단순히 어업인의 생계 문제를 넘어 사회 전반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일부 유튜브 채널이 불법 해루질을 마치 유쾌한 레저활동처럼 포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 이면에는 자연 파괴, 안전사고, 그리고 어업인의 생계를 위협하는 악순환이 자리하고 있다.

결국 두 법안은 본질적으로 같은 목적을 지향한다. 하나는 어업인의 불필요한 행정 부담을 줄이고, 다른 하나는 비어업인의 무질서한 행위를 차단해 수산자원을 보호하는 것이다. 두 법안 모두 어업인의 삶을 지키고, 수산자원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며, 안전한 어촌사회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이제 국회가 응답해야 한다. 조속히 두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야말로 반세기 넘게 법과 규율을 지켜온 어업인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이며, 미래 세대에게 건강한 바다와 안전한 어촌을 물려주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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