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가 2024년 겪은 최악의 가뭄을 계기로 내년도 물 관리에 1,455억원을 투자하고 지하저류댐 건설, 해수담수화, 정수장 개선 등 전방위적인 대응에 나섰다. 특히 국비 900억원을 확보한 것은 긍정적인 성과지만, 일회성 대처에 머물지 않고 가뭄 대응 체계를 주민 생존권 보장의 시각에서 제도화해야 한다. 지하저류댐 4개소를 강릉과 고성, 삼척 등 영동권 중심으로 설치하는 사업은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적절한 판단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겨울철 가뭄은 영동지방의 지형적·기후적 조건에서 기인한 구조적인 문제다. 이번에 추진되는 지하저류댐은 강우 시 유출되는 물을 저장해 비상시 생활용수로 활용하는 방안으로, 공급 기반을 안정화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이다. 그러나 이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가뭄이 단발성 자연재해가 아닌 ‘일상화된 위기’라는 점에서 강원자치도의 물 관리 정책도 임시방편이 아닌 장기적 관점으로 전환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가뭄 대응은 주민 생활에 대한 문제다. 강릉의 경우 올해 초 단수 사태로 인해 주민들이 급수 차량에 의존하는 극심한 불편을 겪었고, 일부 지역은 며칠씩 수도를 사용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런 상황은 물이 곧 생명이라는 기본 전제를 다시 일깨운다. 따라서 앞으로의 물 관리 정책은 재난 대응을 넘어 ‘생활권 안정’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지하저류댐과 함께 추진되는 해수담수화 타당성 조사 역시 주목할 만하다. 영동 6개 시·군을 대상으로 추진되는 이 사업은 이후 동해안 전역의 상수도 대체원 확보 가능성을 열어주는 작업이다. 하지만 해수담수화는 막대한 설치·운영비와 더불어 에너지 소비 문제, 환경영향 등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다. 도는 이 점을 감안해 기술적·재정적 지속 가능성을 철저히 분석한 후 사업화를 결정해야 하며, 지역사회 의견을 반영한 공론화 과정도 병행돼야 한다.
아울러 현재 추진 중인 노후 정수장 개선, 상수도관로 개량은 공급 인프라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전체 상수도망에 대한 정밀 진단과 보강은 여전히 미흡하다. 특히 고지대와 소규모 마을에 대한 비상급수 체계는 아직 취약한 수준이다.
이번 사업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군 단위 이상 지역에 대한 맞춤형 물 공급 정책이 동시 진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한편 강원자치도가 전국 최초로 ‘가뭄백서’를 제작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현장 대응의 경험을 체계화해 향후 재난 대응의 표준 모델로 삼겠다는 의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서 제작에 그치지 말고, 이에 기반한 조례 제정 등 주체적인 후속 대책이 뒤따라야 실효성이 생긴다. 즉, 지하수·지표수의 통합관리 체계 구축, 도 차원의 물관리위원회 설립 등 제도적 기반을 확장해야 할 시점이다. 강원자치도는 이제부터라도 가뭄을 자연재해가 아닌 ‘기후위기의 일환’으로 인식하고, 물 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정책 전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