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책]미술평론가 홍경한… ‘홍경한의 미술 감상 수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르네상스에서 근대까지, 걸작이 던지는 질문을 읽다

르네상스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인류 미술사의 걸작 50점을 통해 ‘잘 그린 그림’이 아닌 ‘오래 질문을 남기는 그림’의 조건을 짚어낸 ‘홍경한의 미술 감상 수업’이 출간됐다. 저자인 삼척 출신 미술평론가 홍경한은 이 책에서 “걸작은 무엇이며,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책은 14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에서 20세기 근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인류 미술사의 결정적 장면들을 따라간다. 저자는 한 작품, 한 작품 앞에 독자들을 세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앞에서는 기술적 완벽함과 함께 예술, 역사, 문화적인 시선에서의 다면적 가치를 묻고,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에서는 ‘북유럽의 모나리자’로 불리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홍경한의 글은 설명보다 대화에 가깝다. 작품의 역사적 배경과 화가의 의도를 차분히 짚어주면서도, 해석을 단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그림 앞에서 당신은 무엇을 느끼는가”라는 질문을 남겨둔다.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이 단지 아름다운 여신의 탄생 장면이 아니라, 당대 인간관과 세계관이 응축된 이미지임을 설명할 때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미술을 지식의 대상으로 환원하지 않고, 사유의 동반자로 끌어당긴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걸작의 조건’을 다루는 장이다. 기술적 완성도, 미적 조화, 시대적 영향력 같은 익숙한 기준을 나열하는 대신, 걸작이란 “시대를 넘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는 조각의 극점이기 이전에 인간의 연민과 슬픔이 응고된 형상으로 읽히고,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은 광기의 산물이 아니라 세계를 끝까지 이해하려는 한 인간의 절박한 시선으로 다가온다.

이 책의 미덕은 독자를 미술의 ‘전문가’로 만들려 하지 않는 데 있다. 대신 그림 앞에 조금 더 오래 서 있게 만든다. 알고 보니 그렇더라는 깨달음이 아니라, 보고 나서 더 많은 생각이 남는 경험을 건넨다. 미술을 잘 모른다고 느끼는 독자에게도, 이미 많은 그림을 본 이에게도 이 책은 유효하다. 감상의 기술을 가르치기보다 감상의 태도를 되묻기 때문이다. 홍평론가는 “이 책이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독자에게 예술가의 생각과 숨결, 작품에 담긴 철학과 역사를 전해주는 다리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람in 刊. 316쪽. 2만2,000원.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강원의 역사展

이코노미 플러스

강원일보 전체보기